2025년 07월 13일(일)

"사람 있을 수도 있다" 문경 순직 소방관들, 이 말 한마디에 불길 뛰어든 것이었다

문경 육가공 제조업체 / 뉴스1


"사람 있을 수도 있다" 젊은 소방관들은 이 말 한마디에 망설임 없이 화마에 뛰어들었다.


출동 지령을 받고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이들은 구조 대상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부에 진입했다가 목숨을 잃었다.


1일 경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47분께 문경시 신기동 신기제2일반산업단지 한 육가공 제조업체 공장에서 불이 나 문경소방서 119 구조구급센터 소속 김수광(27) 소방교, 박수훈(35) 소방사가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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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출동 지령을 받고 현장에 8분 만에 도착해 건물 안에 공장 관계자 등 "구조할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건물 내부로 진입했다.


내부 진입 당시까지만 해도 인명 검색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최초 발화점으로 추정되는 건물 3층에서 인명 검색을 하던 두 대원은 화재 발생 약 37분 만에 공장 건물 내부에 고립됐다.


소방당국은 이들이 탈출하기 직전 급격히 연소가 확대하면서 화마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탈출을 위해 3층 계단실 입구까지는 다다랐으나 미처 내려오지 못했거나, 계단실 주변 바닥층이 무너진 점 등으로 미뤄 이들이 추락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두 구조대원의 시신은 오늘(1일) 오전 1시 1분과 4시 14분 시차를 두고 수습됐다. 두 사람은 발견 당시 서로 5~7m 간격으로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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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수습된 시신의 신원은 김수광 소방교로 추정됐으나, 맨눈으로는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라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DNA 검사 결과가 필요하다.


배종혁 경북 문경소방서장은 "현장은 내부에서 계속 연소가 진행돼 환경이 언제든지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순직한 두 대원은 다른 누구보다도 모범이 되고 시범도 잘 보이는 훌륭한 이들이었다"고 말했다.


김 소방교는 2017년 7월, 박 소방사는 2022년 2월에 임용됐다. 각각 27살, 3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게 돼 더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 화재로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 4층 높이 건물 1개 동이 모두 탔다. 화재는 튀김 기계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