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7월 13일(일)

"맞은편 아파트에서 보이는 SOS, 장난 아니었다"...20시간 덜덜 떨던 노인 극적 구조

경찰청 제공


환기를 위해 2평 남짓한 대피 공간에 들어갔다가 갇힌 70대 노인이 이웃의 도움으로 20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 노인은 SOS 표시를 만들어 건물 외벽에 내걸었고 신호를 발견한 이웃 주민의 신고로 무사히 구출될 수 있었다.


지난 29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해당 사건은 지난해 12월 1일 오후 1시께 발생했다.


이날 인천경찰청 112 치안 종합상황실에는 "OOO 아파트인데 맞은편 동 외벽에 SOS라고 적힌 종이와 밧줄이 걸려 있다"는 내용의 다급한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청 제공


이에 상황실 근무자는 신고자에게 현장 사진을 요청했고 신고자로부터 받은 현장 사진엔 고층 아파트 창문에 종이 한 장이 내걸린 모습이 찍혀있었다.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SOS'라고 적힌 듯 보였다.


상황실은 코드1을 발령했고 미추홀경찰서 도화지구대 소속 경찰관 7명은 지령을 전달받고 현장으로 즉시 출동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도 정확한 층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았고 경찰관들은 15층부터 각 세대 마다 초인종을 눌러 구조 요청자를 찾기 시작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일부는 관리사무소에 찾아가 협조를 요청했다. 대부분 곧바로 응답했으나 28층 한 세대만 여러 번 누른 초인종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경찰관들은 곧바로 관리사무소에 세대주를 확인해 집주인 아들 휴대전화 번호를 파악해 현관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집안 내부를 수색하던 중 주방 안쪽에서 "여기요. 여기요"하는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곳은 불이 났을 때 몸을 피할 수 있는 대피 공간이었다.


고장으로 안 열리던 방화문 손잡이를 부수자 2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있던 건 속옷 차림의 70대 A씨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혼자 사는 A씨는 환기를 위해 그곳에 들어갔다가 안에서 방화문이 잠겨 전날 오후 5시부터 20시간 넘게 갇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휴대전화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탓에 들어가 2평짜리 대피 공간에서 20시간 동안 추위에 떨었던 것이다. 당시 인천의 기온은 -1.8도, 체감온도는 -6.3도였다.


그는 마지막 희망의 끈을 잡고 주변에 있던 상자에 'SOS'라는 글자를 칼로 새겨 줄을 이용해 창문으로 내보였다.


A씨의 살고자 하는 간절함이 이웃 주민에게 닿아 극적 구조를 이뤄낼 수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추위에 떨긴 했으나 건강에 이상은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