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수학여행을 간 학생들이 목욕 후 물기가 남아있는지 알몸 상태로 교사의 확인을 받는 이른바 '물방울 검사'가 행해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2일(현지 시간) 일본 니시닛폰신문(西日本新聞)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후쿠오카 도시권의 시립 중학교에 다니는 여학생의 학부모가 매체에 '물방울 검사'에 대해 제보를 해왔다.
그는 "중학교 2학년인 딸이 수학여행에서 목욕 후 알몸으로 물방울이 남아있지는 않았는지 교사가 체크해 '기분이 나빴다'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매체가 조사해 본 결과 규슈를 중심으로 전국의 학교에서 이 같은 검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를 '물방울 검사'라고 부르며 '불쾌했다'고 호소하는 글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학교 측은 '목욕 매너를 익히기 위해 필요한 지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적절한 검사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제보자는 "지난해 12월 수학여행을 다녀온 아이에게 여교사가 알몸으로 만세를 부르게 하고 물방울의 유무를 육안으로 검사한 후 '올라가라', '다시 닦으라' 등의 지시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남녀 목욕탕에 동성 교사를 2명씩 배치해 물방울 제거뿐만 아니라 정해진 목욕 시간을 지키게 하는 등 '목욕 지도'를 했으며, 이전부터 계속 이런 관행이 이어져오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학교의 이번 수학여행을 둘러싸고 후쿠오카현 교육위원회에도 "교사가 아이에게 알몸으로 만세를 부르게 했다"라는 익명의 민원이 접수됐다.
교육위는 학교 측에 사실 확인을 요구했고 해당 학교 교장은 "목욕 지도는 했지만 만세를 시킨 사실은 없다"라고 주장했다.
교장은 또 "물방울뿐만 아니라 수건을 욕조에 넣지 않는 등 목욕 매너 전반을 지도하고 있다. 원래는 가정에서 가르치는 것이지만, 모르는 채로 어른이 되면 부끄러워진다"라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교사였을 때부터 오랫동안 이러한 지도를 해왔다면서 "다시는 재고할 생각이 없다"라고 단언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목욕 후 남아있는 물방울로 인해 바닥이 젖어 학생들이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등 안전 측면에서도 필요한 지도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다만 후쿠오카 현내 초등학교 여교사는 "불쾌감을 느끼는 아이가 있다면 지도 의도가 전달되지 않은 것 아니냐"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목욕 지도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조사나 통계가 없어 사실상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지난해 7월 여성 생리 관련 문제 등을 다루는 웹 미디어 '여성호르몬대학'은 SNS를 통해 물방울 검사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응답자 1,119명 중 약 4분의 1이 '경험이 있다'라고 답했다. 그중에서는 '싫었다', '저항감이 있었다' 등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교사가 알몸으로 만세를 부르게 했다', '여교사가 남학생을 체크했다' 등의 답변도 있었다.
여성호르몬대학의 운영자 '아시타룬랩'의 기우치 닌미(木内仁美) 부사장은 "지역은 도쿄, 아이치 등 다양하지만, 규슈가 많았다"라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최근 아동 성폭력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가슴이나 엉덩이 등 신체의 '프라이빗 존(교복으로 가리는 부분)'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만지지 말라고 가르치는 교육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후쿠오카현도 아동용 교육 책자를 만들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이에 물방울 검사가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동 권리 변호사 마시타 마리코(真下麻里子)는 물방울 검사에 대해 "시대착오적인 지도다. 교사는 사적 영역이 노출되면 안 된다고 지도해야 할 입장인데"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낙상을 방지하려면 바닥을 자주 닦아주는 등 다른 방법도 있다. 아이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이유가 될 수 없다"라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