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자 유족들이 삭발로 호소하고 나섰다.
지난 18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등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 여당 국민의힘이 특별법 표결 거부에 이어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에게 입법권 무시를 건의한다니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국민의힘은 지난 9일 발의 264일 만에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 보장과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법(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당론을 모았다. 민주당에는 특별법 재협상을 제안했다.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에 따르면 기자회견 현장에는 시민사회와 종교계, 유족 등 약 70명이 참여해 지켜보는 가운데 희생자 이주영 씨의 아버지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등 유족 10명이 삭발을 감행했다.
유족들은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가 조사 대상이 되고 책임이 밝혀질까 봐 두려운 것인가"라면서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어리석은 결정으로 국민의 처절한 심판을 받게 될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며 "윤 대통령께 다시 한번 촉구한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참사의 진실을 밝힐 뿐 아니라 안전사회를 만들기 위한 법이다. 특별법 정부 이송 즉시 특별법을 공포하라"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법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의 뜻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운영위원장은 "지금까지 온몸을 던져서 호소하고 우리 아이들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애원했지만, 국민의힘은 우리를 외면했다"면서 "참으로 비정한 정치세력이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에게 신중하게 판단해서 결정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스물아홉 살 아들 이남훈 씨를 잃은 엄마 박영수 씨는 "새끼 보낸 어미의 머리 깎는 걸 보십시오. 더한 것도 할 겁니다. 오늘 출산정책 내놓는다 하더군요. 아이 낳지 마십시오. 이 나라에서 살 수 없습니다. 새끼 키우고 살 수 없는 나라입니다. 아이 낳지 마십시오"라며 울부짖었다.
한편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이태원 참사 관련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또 국가와 지자체가 간병비 등 의료지원금, 심리 지원, 생활비를 포함한 피해자의 일상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조항도 포함됐으며, 피해자에 대한 생활·의료 지원이나 배상 및 보상을 받을 권리 등이 있다고도 규정했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오늘(19일) 정부로 이송되면,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