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남북 관계를 '국가 대 국가'로 규정하며 '통일' 개념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세계적인 북한 전문가로 꼽히는 뤼디거 프랑크(Rudiger Frank) 오스트리아 빈 대학 교수가 "한국에 주는 선물"(a gift to South Korea)이라고 평했다.
프랑크 교수는 동독 출신으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다.
앞서 김 총비서는 "북남관계는 적대적 두 국가 관계"이며 "대한민국은 불변의 주적"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공화국(북)의 민족 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재거해 버려야 한다"고 했다.
또한 "쓰라린 북남관계사가 주는 최종 결론은 '정권 붕괴'와 '흡수통일'을 꿈꾸며 대결광증 속에 동족 의식이 거세된 대한민국 족속들과 민족중흥의 길, 통일의 길을 함께 살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평화통일 의지를 포기한 셈이다.
이에 대해 프랑크 교수는 한반도 전문 웹진 '38노스'에 "북한의 신통일정책: 시사점과 함정"이란 제목의 글을 쓰며 "한국에게 절호의 기회"라고 평가했다.
그는 독일의 통일 과정을 그 예로 들며 "독일민주공화국(동독)은 건국 당시 공식적으로 독일 통일을 지지했지만, 마지막 20년 동안 사실상 이를 반국가 사상으로 취급했다"고 했다.
이어 "1974년 헌법 개정으로 독일 통일에 대한 모든 언급이 (헌법에서) 삭제됐다. 심지어 '독일'이란 단어 사용 사례를 대부분 제거하기 시작했고, 이는 곧 (독일이) 서독을 의미하는 동의어가 됐다"고 지적했다.
프랑크 교수는 "따라서 동독에는 독일 통일을 위한 공식적인 계획이나 청사진이 없었다"며 "독일 민족으로서 통일을 포기한 동독은 통일 독일을 꾸릴 당시 제대로 된 의견조차 반영시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독일연방공화국' 즉 서독의 체제에 그대로 흡수되었다"고 봤다.
프랑크 교수는 김정은 총비서가 1970년대 초 동독이 했던 것과 똑같은 조취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게 평화 통일에 대한 공식적인 개념을 갖게 됐다"고 했다.
아울러 "한국이 자신을 한국 통일의 유일한 지지자로 표현할 수 있는 여지가 훨씬 더 많이 주어질 것이며, 이로써 이데올로기적 패권을 위한 양자 투쟁에서 북한이 가졌던 몇 안 되는 이념적 강점 중 하나가 약화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엿다.
프랑크 교수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새로운 정책의 확실한 승자는 한국, 특히 보수 세력인 것 같다"며 "남한 사회를 분열시키기보다는 통합하고, 적극적이고 강경한 정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동독과 북한을 동일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동독과 달리 김정은 총비서의 이번 발언은 핵무기를 이용해 북쪽 체제 유지·발전시키겠다는 전략이 바탕에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한 프랑크 교수의 주장처럼 흡수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