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을 키워준 양아버지가 자신을 '검은 머리 짐승'이라고 불렀다며 살해한 50대 양아들이 항소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5일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혜선)는 살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은 A씨(58)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 19일 오후 7시 20분경 전남 여수시에 위치한 주거지에서 흉기로 양아버지인 B씨(사망 당시 79세)를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고아원에서 생활하다가 11살쯤 B씨의 집에 양자로 들어가 B씨의 어선에서 뱃일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A씨는 B씨의 친자식들과 다르게 학교도 다니지 못했고 주민등록조차 성인이 될 무렵에야 할 수 있었다.
B씨는 A씨를 고아라 불렀으며 소를 키우고 밭을 매는 등의 일을 시켰다. A씨는 마을 주민들이 자신을 '머슴'이라 부르는 모습을 보며 상처를 입기도 했다.
또한 2021년 11월 배에서 일하다가 어망 기계에 팔이 빨려 들어가 오른팔을 잃는 사고까지 당했다.
그러던 중 A씨는 약 20년 전 B씨가 자신에게 어선과 주택 등을 주기로 했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었고 "왜 배를 준다더니 안 주냐"고 B씨에게 따졌다.
이에 B씨는 "머리 검은 짐승은 이러니까 안 기르는가보다"고 답했다.
그러자 격분한 A씨는 흉기를 휘둘러 B씨를 살해했고 경찰이 와서 자신을 잡아가길 기다렸다.
A씨는 살인죄 수사 과정에서 "아버지한테 '짐승'이라는 말을 듣고 참을 수가 없었다"고 진술했다.
1심 재판부는 "살인은 대체 불가능한 존귀한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어떤 방법으로도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며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건 당시 술에 취해 있었지만 약 30분간 정상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범행을 했다"며 "심신미약 상태에 있다는 주장을 배제한 원심의 형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