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6일(금)

청와대 떠난 강훈식 "李는 좋은 분... 모시는 내내 감탄했다"

499일간 이재명 대통령 곁을 지킨 강훈식 전 비서실장이 15일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 강 전 실장은 "더 보조를 맞춰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499일 동안 저를 움직인 가장 큰 힘이었다"고 전했다.


이날 강 전 실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통령님은 탁월한 행정가이고, 대리인임을 잊지 않는 정치인이지만, 무엇보다 좋은 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모시는 내내 감탄하는 순간이 많았고, 어깨너머로 배우게 해주신 세상이 무궁무진했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강훈식 전 비서실장에게 공로패를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청와대


강 전 실장은 지난달 21일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연이은 낙마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두 장관 후보자의 인선 실패로 정부 지지율이 하락했고, 청와대 인사위원장이었던 강 전 실장은 이 책임을 통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주 넘게 후임을 임명하지 않으면서 유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14일 임광현 국세청장을 신임 비서실장에 임명하면서 강 전 실장의 사표가 수리됐다.


강 전 실장은 사의를 표명하게 된 과정을 회상하며 "가장 괴로웠던 날은 대통령님의 기자회견 날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모시는 분의 입에서 부족했다, 송구하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비수가 날아드는 심정이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인사이트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1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임 비서실장 임명 발표를 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후임으로 임광현 국세청장을 임명했다. 2026.10.14/뉴스1



강 전 실장이 언급한 기자회견은 지난달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연 대국민 기자회견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자 직접 국민 앞에 나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사과했다.


강 전 실장은 "비서실의 장으로서 대통령께서 사과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했다"며 "전적으로 제 불찰이다. 잠 못 이루는 주말을 보내고 대통령께 사의를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통령을 더욱 단단히 지켜야 할 때 왜 나가느냐는 말씀은 많이 아팠다"면서도 "그럼에도 책임을 지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와대는 제 개인의 거취와 관계없이 언제나 흐트러짐 없는 대오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전 실장은 충남 아산 지역구에서 3선 의원을 지내다가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의원직을 사퇴하고 비서실장직을 맡았다.


인사이트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강훈식 전 비서실장에게 공로패를 수여한 후 포옹하고 있다. / 청와대


재임 기간 동안 그는 대미 투자 협상과 3대 메가 프로젝트 출범 등 정부 핵심 과제를 총괄했다.


작년 8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별도 면담을 갖고 양국 간 현안을 조율하기도 했다. 올해 3월에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 불안정에 대처하기 위해 직접 아랍에미리트로 출장을 가 600만 배럴의 원유 긴급 도입을 성사시켰다.


강 전 실장은 이날 오전 마지막으로 청와대 회의에 참석했다. 청와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강 전 실장에게 공로패를 수여했다고 밝혔다.


여권 내에서는 강 전 실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 "당분간 휴식을 취하겠지만 곧 중요한 선거가 생기면 차출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내 '97그룹(1990년대 학번·70년대생)'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강 전 실장은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릴 경우 민주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