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5월 06일(수)

"예산 아니었어?"...성지순례 몰린 '살목지', 80% 이상 찍은 '찐촬영지'는 이곳

공포 영화 '살목지'의 흥행과 함께 영화의 배경이 된 실제 장소를 둘러싼 관심도 커지고 있다. 충남 예산군 광시면 살목지가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으는 가운데, 정작 영화의 주요 수면 장면은 충남 살목지가 아닌 전남 담양호 일대에서 촬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전남영상위원회 촬영지원 현황에 따르면 영화 '살목지'는 전남영상위원회 로케이션 지원작품이다. 전남영상위원회 공식 자료에는 이 작품의 촬영장소가 '담양호, 도촌저수지'로 적혀 있다. 촬영 시기는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다.


영화의 제목과 이야기의 출발점은 충남 예산 살목지다. 하지만 관객들이 스크린에서 본 검고 깊은 물, 산 그림자가 내려앉은 저수지, 수중 공포 장면의 상당 부분은 전남의 풍경 위에서 만들어진 셈이다.


영화 살목지 스틸. 이곳이 충남 예산군 살목지가 아니라 전남 담양호인 것으로 보인다.영화 '살목지'


전남영상위원회도 최근 공식 채널을 통해 '살목지'가 전라남도 인센티브 지원작품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위원회는 전체 회차의 약 80%가 전남에서 촬영됐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긴장감이 가장 크게 쌓이는 물가와 수면 장면이 실제 살목지가 아닌 전남 로케이션에서 구현됐다는 점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기 전부터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는 촬영지를 알아봤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영화를 보던 중 지도상 배경은 충남 예산으로 나오지만 화면에 비친 풍경은 담양호처럼 보였다는 취지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담양호를 아는 지역민에게는 영화 속 산세와 수면이 낯설지 않았던 셈이다.


배우들의 촬영 후일담도 이와 맞물려 다시 주목받고 있다. 김혜윤은 수중 촬영 도중 물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팔을 스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처음에는 해초나 미역처럼 생각했지만, 저수지라는 점을 떠올린 뒤 공포감이 더 커졌다고 했다. 김영성도 휴대전화 신호가 잘 잡히지 않는 오지에서 촬영했다고 전했다. 이들이 말한 현장은 예산 살목지가 아니라 전남 담양호 일대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담양호는 전남 담양군 용면에 있는 대형 인공호수다. 영산강 유역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됐고, 담양 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주요 수원이다. 주변에는 추월산과 금성산성, 가마골 등이 자리하고 있다. 산에 둘러싸인 넓은 수면과 깊은 골짜기 지형 때문에 낮에도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는 곳이다. 공포 영화의 배경으로 쓰기에 충분한 시각적 조건을 갖춘 장소다.


담양호가 영화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유는 풍경만이 아니다. 댐 건설 과정에서 일부 마을이 물에 잠겼고, 수몰 지역 주민들은 터전을 떠나야 했다. 수위가 크게 낮아지는 시기에는 물 아래에 잠겨 있던 마을 흔적이 드러나기도 한다. 사람이 살던 공간이 호수 밑에 남아 있다는 사실은, 영화 속 저수지 공포와 묘하게 맞닿는다.


e91c4ca1-ac67-49b2-91b5-574ba4b9df52.jpg영화 '살목지'


그렇다고 충남 예산 살목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영화 개봉 이후 살목지는 이른바 '성지 방문' 장소가 됐다. 예산군과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하루 200명 가까운 방문객이 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밤 시간대 찾아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공포 영화의 실제 소재가 된 장소를 직접 보려는 관객들이 몰리면서 '살리단길'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살목지는 충남 예산군 광시면 대리에 있는 농업용 저수지다. 2022년 방송 프로그램 '심야괴담회'를 통해 관련 괴담이 소개되며 심령 명소로 알려졌다. 깊은 산자락에 자리한 데다, 새벽 시간대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풍경 때문에 영화 개봉 전부터 공포 콘텐츠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름이 오르내렸다.


다만 방문객 급증은 지역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산군과 경찰은 안전 문제를 고려해 차량 통행을 제한하고, 야간 보행자 출입도 통제하고 있다. 영화 흥행으로 실제 장소가 관광지처럼 소비되고 있지만, 살목지는 기본적으로 농업용 저수지다. 야간 방문이나 무단 출입은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살목지'는 두 개의 장소를 동시에 띄운 영화가 됐다. 이야기의 원형은 충남 예산 살목지에서 출발했지만, 관객들이 스크린에서 본 강한 이미지의 상당 부분은 전남 담양호 일대에서 완성됐다. 영화 밖에서는 예산 살목지가 사람을 모으고, 영화 안에서는 담양호가 공포의 얼굴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