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6일(일)

진짜 '라면의 원조'가 돌아온다... 삼양, 소비자 요청 폭주에 소기름으로 튀긴 라면 '삼양라면' 재출시

'불닭볶음면'으로 세계를 사로잡은 삼양식품이 36년 만에 소기름(우지)으로 튀긴 라면을 다시 선보입니다. 


2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오는 11일 '삼양라면 1963'을 공식 출시합니다. 1963년 국내 최초로 라면을 선보였던 그해를 기념해 붙인 이름으로 회사의 시작과 정체성을 상징하는 제품입니다. 


삼양식품은 이번 제품에 우골(소뼈)로 끓인 '별첨 액상스프'를 더해 국물의 깊은 맛을 구현했고, 면은 소기름(우지)으로 튀겨 고소하고 풍미 깊은 맛을 강조했습니다.


1963년 출시된 삼양라면과 삼양칼국수 / 삼양식품1960년대 삼양라면과 삼양칼국수 / 삼양식품


가격은 개당 1500원 안팎으로 책정돼 '신라면 블랙' 등 프리미엄 라면 라인과 경쟁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단순 복각을 넘어 프리미엄 라면으로의 진화로 해석됩니다.


이번 신제품에 특별한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1989년 '우지 파동'이라는 아픈 과거가 있기 때문입니다. 삼양식품은 "공업용 우지를 사용했다"는 오해를 받았습니다. 


소기름은 죄가 없다…삼양 몰락시킨 우지파동[그해 오늘]삼양식품


당시 삼양식품은 "우지를 써서 라면을 제조해 온 것은 20년 전부터였다"며 "국민에게 동물성 지방분을 보급한다는 취지에서 정부의 권장과 추천에 따라 식용 우지를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1989년 기준으로도 우지 수입 단가가 팜유보다 톤당 100달러 이상 비쌌다. 이윤을 위해 사용했다면 굳이 더 비싼 원료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의 조사 결과도 '인체에 무해한 식용 우지'였으나 이미 기업 이미지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가해진 후였습니다. 결국 삼양식품은 수십 년 동안 우지를 완전히 배제하고 팜유만을 사용해왔습니다.


삼양식품삼양식품



그런데 최근 들어 소비자 인식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우지가 오히려 '고소한 풍미의 비결'로 재평가받으면서 1980년대 우지 라면의 풍미를 그리워하던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청이 잇따른 것입니다. 


특히 우지의 포화지방산 함량은 43% 수준으로, 기존 라면 제조에 주로 쓰이는 팜유(약 50%)보다 낮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삼양라면은 1960년대 초 식량난이 극심하던 시절, 故 전중윤 선대회장이 미군 잔반으로 만든 '꿀꿀이죽'으로 끼니를 때우는 국민들을 보며 "누구나 따뜻한 한 끼를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라면을 떠올렸고, 직접 일본 묘조식품을 찾아가 기술을 배워 출시한 국내 최초의 라면 입니다.


고(故)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 / 삼양식품고(故)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 / 삼양식품


'삼양'이라는 이름에는 '하늘(天)·땅(地)·사람(人)'을 의미하는 세 가지 존재가 조화를 이루며, 인간이 풍족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창업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인체를 구성하는 세 가지 주요 영양소인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사람이 살찌는 풍족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창립 이념을 새긴 만큼, 삼양식품이 이번 신제품을 통해 억울했던 과거의 꼬리표를 지우고 다시 한 번 '라면의 원조'로서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