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항우울제 복용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적으로 드러나면서 과거 금기시되던 정신건강 치료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틱톡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항우울제 복용 경험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지난 1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에 거주하는 30대 코린 바이얼리는 외로움과 불안 증세로 고민하던 중 팟캐스트를 통해 항우울제 '렉사프로'를 알게 되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google ImageFx
바이얼리는 원격진료 회사 '허스(Hers)'를 통해 렉사프로와 동일한 성분의 제네릭 의약품을 처방받았고, 자신의 복용 장면을 틱톡에 게시했습니다.
이후 관련 해시태그를 중심으로 형성된 커뮤니티에서 수천 명의 팔로워들이 "내 이야기 같다"며 강한 공감을 표현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개별적인 사례가 아닙니다. 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엑솔리트의 조사 결과, 틱톡에서 항우울제 관련 해시태그 조회수는 13억회를 기록했으며, 렉사프로 해시태그는 5억회를 넘어섰습니다.
젊은 인플루언서들은 '#livelaughlexapro(렉사프로로 웃고 사랑하자)', '#zoloftgang(졸로프트 갱단)' 등의 창의적인 해시태그를 활용하여 항우울제 복용 사실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원격진료 기업 힘스앤허스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적극 활용하여 "약을 부끄러워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전개했습니다.
틱톡 캡쳐
이 회사는 인플루언서들에게 게시물당 3,000~10,000달러를 지급했으며, 여성을 타깃으로 한 디지털 광고에만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과거 항우울제 복용을 금기시하던 사회적 인식이 이처럼 급격히 변화한 배경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이 크게 개선된 점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온라인 진료 플랫폼의 확산으로 의료진과 직접 만나지 않아도 간단한 설문만으로 약물 처방이 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원격진료 기업들은 "약물 복용에 대한 부끄러움을 제거하고 정신건강 치료의 접근성을 향상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는 심각한 부작용도 동반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의학적 판단 없이 처방이 남발되고 있다"며 부작용 관리의 공백 문제를 강력히 지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항우울제 복용 기간은 평균 5년에 달하지만, 장기 복용의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2년 이상 약물을 복용한 환자의 3분의 2가 금단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 식품의약국(FDA) 연구원 출신인 마크 스톤 박사는 "약물 복용의 이점은 분명하지만, 성기능 장애나 감정 마비 같은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고 경고했습니다.
정신과 전문의 요제프 위트도어링 박사는 "소셜 미디어에서 항우울제가 '라이프스타일 보조제'로 포장되는 것은 문제"라며 "정신건강은 약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렉사프로 복용 장면을 틱톡에 공개했던 바이얼리는 이후 감정 마비, 성욕 저하,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을 겪었고 결국 약물 복용을 중단했습니다.
바이얼리는 "(약을 먹은 후) 처음엔 나아졌지만 모든 게 망가졌다"고 토로했습니다.
SNS에서 항우울제 복용을 공개한 다른 인플루언서들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나디아 오카모토는 "감정이 마비되고 성욕이 사라졌다"며 약물 복용을 중단했고, 항우울제 졸로프트 사용자인 아리엘라 샤프는 금단 증상으로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내 생명을 구한 약이 결국 나를 무너뜨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