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의 품에 안긴 5살 소년, 40년 만에 털어놓은 그날의 기억
"그 사건이 내 인생을 바꿔놨다." 1986년 여름, 고릴라 우리에 떨어진 뒤 한 고릴라의 따뜻한 보호 속에 기적적으로 구조된 다섯 살 소년이 40년 만에 인터뷰를 통해 당시를 회상했다.
이 사건은 대형 영장류와 인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인식을 완전히 바꿔놓은 상징적인 순간으로 오랫동안 회자되어 왔다.
데일리메일은 지난 7일(현지시간) 40년 전 기적적으로 생존한 레반 메리트(44)의 근황과 당시의 생생한 상황을 상세히 보도했다. 영국 웨스트서식스 호샴에 거주하던 레반 가족은 1986년 여름, 막내 동생 로이드의 생일을 맞아 동물원을 방문했다. 레반은 고릴라 우리를 더 잘 보기 위해 아버지의 어깨 위에 올라 벽에 기대다 균형을 잃고 순식간에 우리 안으로 추락했다.
시멘트 바닥에 떨어진 레반은 잠시 의식을 잃었고, 두개골과 팔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그가 의식을 잃고 누워있을 때, 2m에 달하는 거대한 우두머리 고릴라가 천천히 그에게 다가왔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긴장된 순간, 고릴라는 놀랍게도 레반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다른 고릴라들로부터 그를 보호하는 예상치 못한 행동을 보였다.
괴롭힘을 이겨내고 동물 사랑으로 승화시킨 '고릴라 보이'
사육사와 구조대원들의 신속한 대응으로 레반은 무사히 구출되어 즉시 사우샘프턴 종합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는 두개골에 금속판을 삽입하는 수술과 팔 수술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학교로 돌아간 후, 레반은 또 다른 시련에 직면했다.
데일리메일
동료 아이들은 그를 '고릴라 보이', '원숭이 인간', '금속 뇌'라는 잔인한 별명으로 부르며 무자비하게 괴롭혔다.
그러나 레반은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동물, 특히 야생동물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발전시켰다. "그 사건이 내 인생을 결정지었다"며 "어린 시절부터 동물을 좋아했고 지금도 변함없다"고 그는 회상했다.
1992년, 레반은 자신을 보호했던 고릴라 잠보의 동상 제막식에 참석해 리본을 자르는 영광을 누렸다. 또한 자신을 구해준 구급대원 브라이언 폭스에게 "고릴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위험한 짐승'에서 '온순한 거인'으로 바꾸는 데 도움을 준 것이 자랑스럽다"며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현재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된 레반은 40주년을 맞아 "내년에 아이들을 데리고 동물원에 가고 싶다"며 그날의 기적적인 순간을 자신의 세 아이와 함께 나누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