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된 양 내장 콘돔, 네덜란드 라익스미술관에 첫 전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라익스미술관이 역사상 처음으로 콘돔을 소장품으로 전시한다.
라익스미술관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의 보도에 따르면, 황금기 네덜란드 거장들의 작품으로 유명한 이 미술관에 200년 된 희귀 콘돔이 새로운 전시품으로 등장했다.
이번에 공개되는 콘돔은 1830년경 프랑스 파리의 고급 사창가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양의 맹장(appendix)으로 제작됐다.
약 20cm 길이의 이 역사적 피임도구에는 에칭 기법으로 제작된 에로틱한 세밀화가 그려져 있어 당시 성 문화와 예술의 결합을 보여준다.
콘돔에 그려진 그림은 수녀 복장의 여성 한 명과 성직자로 보이는 남성 세 명이 노골적으로 성기를 노출하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라익스미술관
라익스미술관의 큐레이터 조이스 젤렌은 "체형과 성기 모양이 각기 다른 남성들 중 수녀가 누구를 가리키고 있는지 의도적으로 불분명하게 표현됐다"고 설명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영감 받은 에로틱 아트
젤렌 큐레이터는 이 그림이 그리스 신화 속 '파리스의 심판' 이야기를 암시한다고 해석했다.
목동 파리스가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 세 여신 중 가장 아름다운 이를 선택하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성별을 반전시켜 표현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전적 참조는 "콘돔을 소유했던 사람이 상당히 교양 있고 교육 수준이 높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고 젤렌은 덧붙였다.
라익스미술관
이 희귀 콘돔은 지난해 11월 하를렘 경매에서 1000유로(약 156만원)에 낙찰됐으며, 이번 주 '안전한 성관계?'라는 제목의 소규모 기획전에 중심 작품으로 전시될 예정이다.
해당 전시회에서는 성매매와 성 건강을 주제로 한 네덜란드와 프랑스의 판화, 드로잉 작품들도 함께 선보인다.
젤렌은 "자외선 분석 결과, 이 콘돔이 실제로 사용된 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1830년대 당시에는 콘돔 사용이 여전히 금기시되어 대부분 사창가나 이발소에서 몰래 판매되었다"고 설명했다.
가디언지에 따르면, 1839년 가황고무(고무에 황을 첨가해 탄성을 높인 소재)가 발명되기 전까지 콘돔은 리넨, 동물의 막, 거북 등껍질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졌으나, 매독 등 성병이나 임신을 예방하는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