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6월 14일(토)

필리핀 하수구에서 기어 나오는 여성 노숙자... 마르코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필리핀 하수구에서 발견된 여성 노숙자, 국가적 관심으로 부상


필리핀 마카티시 번화가에서 한 여성 노숙자가 하수구에서 기어 나오는 모습이 포착되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스트레이트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6일 늦은 오후 '로즈'라는 이름의 여성이 하수구에서 나오는 순간이 카메라에 담겼다. 더러운 옷과 반바지를 입은 채 먼지로 뒤덮인 머리카락을 한 그녀의 모습은 필리핀 전역의 소셜미디어에서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이 사건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직접적인 개입으로 이어졌다.


필리핀.jpg마닐라 주요 금융 지구에서 배수구에서 기어나오는 여성 / 사진= IAMMRTHIRTY/인스타그램/더 스트레이츠 타임스


마르코스 대통령은 사회복지부에 로즈를 찾아 '처리 센터'로 이송하고 종합적인 평가와 적절한 지원을 제공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렉스 가차리안 사회복지개발부장관은 29일 로즈를 공개적으로 소개하며, 그녀에게 8만 필리핀 페소(약 200만 원)를 지원해 작은 가게를 열 수 있도록 돕고 일자리를 찾는 데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 대응에 대한 비판과 필리핀의 심각한 노숙자 문제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대응은 즉각적인 비판에 직면했다.


많은 시민들은 이번 조치가 노숙인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호주 브리즈번에 거주하는 록키 갈만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은 좋지만, 먼저 교육을 제공하고 주거와 식량을 보장한 후에 일자리나 사업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며 "적절한 교육이나 훈련 없이 단순히 돈을 주는 것은 낭비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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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필리핀의 심각한 주택 부족과 노숙자 문제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인구 1400만 명의 수도 마닐라에는 300만 명 이상의 노숙자가 존재하며, 이들은 판잣집, '카리톤'이라 불리는 임시 손수레, 도로변, 묘지, 심지어 폭우 배수관과 하수도에서 생활하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보르겐 프로젝트는 필리핀 노숙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극심한 빈곤, 가정 폭력, 인신매매, 자연재해 등을 지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