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 신입사원 '타이파 이직' 현상에 골머리
일본 기업들이 신입사원들의 '초단기' 이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지난 27일 젊은 신입사원들 사이에서 '타이파'를 중시하며 현재 직장을 빠르게 그만두는 새로운 형태의 조기 이직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타이파'는 일본에서 '가성비'를 의미하는 '코스파(Cost Performance)'에서 비용(Cost) 대신 시간(Time)을 넣은 신조어다. 이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경향을 나타내며, 모든 것을 짧고 빠르게 끝내려는 성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2시간짜리 영화를 10분으로 압축한 유튜브 영상을 1.5배속으로 시청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타이파 풍조는 일본 채용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닛케이는 일본의 인재 채용·육성 지원기업 연구를 인용해 "현재 회사에서 경력을 쌓으며 성장할 기회가 있음에도 조기에 단념하는 새로운 '타이파 이직'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동세대와 비교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초조함과 불안감을 느끼고, 다른 적합한 환경이 있을지 막연하게 의문을 품는 '환경 비교 패턴'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퇴사 대행 서비스까지 등장한 일본의 초단기 이직 현상
퇴직대행 '모무리' 홈페이지
일본 후생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2021년도 대졸 입사자의 3년 내 이직률은 34.9%로, 전년도 대비 2.6%(포인트) 상승했다.
리크루트 취직미래 연구소의 '취업백서 2025'에 따르면 "직장을 안이하게 결정했다"고 후회하는 신입직원은 전체의 약 40%에 달하며, "스스로에게 중요한 직장의 기준을 몰랐다"는 응답도 65.8%로 높게 나타났다.
이직자가 증가하면서 회사에 대신 사표를 내고 뒤처리까지 담당하는 퇴직대행 서비스도 성행하고 있다.
퇴직대행 서비스 '모무리'는 지난해(작년 4월~올해 2월) 도쿄·시나가와 지역에서 총 1814명의 그해 신입직원 퇴사를 대행했다고 밝혔다. 월별로는 5월이 가장 많았고, 4월과 6월을 더하면 전체의 40%를 넘어섰다.
일본에서는 공채 신입직원이 4월부터 근무를 시작하는 관행을 고려하면, 많은 신입사원들이 입사 3개월 만에 회사를 떠나는 셈이다. 이들 중 과반수는 "입사 전 계약 내용 및 노동 조건과 근무 실태의 괴리"를 퇴사 이유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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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구인난, 초단기 이직의 배경으로 작용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일본의 젊은 층 고용 수요 증가와 이직을 통해 쉽게 임금을 올릴 수 있는 취업 환경도 초고속 퇴사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닛케이는 "저출산으로 인한 인력난으로 기업의 채용 수요는 증가한 반면, 젊은 직장인은 더 좋은 조건과 일하는 방식을 원하며 이직 의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올봄 졸업한 대졸자 취업률은 98%에 달한다.
닛케이 자체 조사에 따르면 올해 경력자 수시모집 등 '중도 채용'을 하는 일본 기업의 비중이 46.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대졸 일괄 공채를 선호하던 일본 대기업들도 직무 중심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헤드헌터사인 엔재팬의 책임자는 "최근 고객사들로부터 '전 회사에서 근속 1년 미만의 사람은 소개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는다"며 "재이직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해서"라고 설명했다.
엔재팬이 지난해 중도채용을 했던 300개 기업에 올해 '제2신졸(3년 내 근속 후 전직)'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60% 이상은 "늘릴 것"이라고 답했지만, 63%의 기업은 "전 직장 근속기간이 1년 미만인 사람은 걱정스럽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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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재팬은 "1년 미만 근속은 이직의 이유가 무엇이든 장기적인 활약을 기대할 수 없다는 평가가 많아 이직 시 불리할 수 있다"며 "커리어 판단을 위한 기간은 3년을 기준으로 삼는 게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