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입양 프로그램의 어두운 진실

BBC가 한국 입양 프로그램의 충격적인 실상을 폭로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약 50년 전 딸을 잃고 최근 재회한 한태순 씨의 사연을 통해 한국 아이들이 사실상 수출 상품으로 취급되며 납치돼 해외로 입양된 사례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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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순 씨는 1975년 당시 6세였던 딸 신경하 씨를 충북 청주시에서 잃어버렸다.

신씨는 실종 후 2개월 만에 입양기관으로 인계됐고, 7개월 뒤 미국으로 입양됐다. 44년이 지난 2019년, 한태순 씨는 '로리 벤더'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중년 여성이 된 딸과 극적으로 재회했다.

충격적인 진실은 딸 경하 씨가 단순히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사실상 납치되어 입양기관으로 보내진 후 미국으로 입양됐다는 것이다. 이는 고아뿐만 아니라 일반 아이들까지 해외 입양 대상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국 해외 입양의 역사와 문제점

한국의 해외 입양 프로그램은 1950~53년 한국 전쟁 이후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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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한국은 약 10만 명의 고아가 있는 극심한 빈곤국이었으며, 다른 핏줄을 입양하려는 국내 가정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정부는 해외 입양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홀트 등 민간 입양기관이 주도했으며, 초기에는 정부가 관리 감독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민간 입양기관의 자율성이 확대됐다.

입양기관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해외로 보내지는 아이들의 수도 급증했다. 특히 1970년대에 크게 증가했고, 1980년대에 최고조에 달했다.

1985년 한 해에만 880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해외로 보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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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국가들에서는 출산율 감소와 국내 입양 대상 아동 감소로 인해 한국 아이들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이 프로그램으로 최소 17만 명에서 최대 20만 명의 아이들이 해외로 보내진 것으로 추산된다.

진실과 화해 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외국 입양기관들이 아동 할당량을 정해 놓았고, 한국 입양기관들이 이를 자발적으로 이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입양기관들이 아동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입양 기록을 고의로 위조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 국제법학자 이경은 박사는 "입양기관들은 이 제도를 악용했고, 정부는 불법 행위를 방관했다"고 지적했다.

서경대학교 초국가적 입양 연구자 신필식 씨는 "정부가 선장이었고, 기관들이 배를 저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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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순 씨는 최근 딸이 불법으로 미국으로 입양됐다며 입양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입양아 관련 첫 번째 소송으로 기록됐다.

한씨는 "나는 44년 동안 딸을 찾기 위해 몸과 마음을 망가뜨렸다. 하지만 누구도 나에게 사과한 적이 없다. 단 한 번도…"라고 말했다.

그는 "딸을 찾기 위해 '발톱 10개가 모두 빠질 때까지' 하루 종일 거리를 샅샅이 뒤졌다"고 덧붙였다.

BBC는 한태순 씨뿐만 아니라 영문도 모르고 미국으로 입양됐던 딸 신경하 씨도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문화적 충격과 트라우마를 겪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