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주인의 기민한 대처로 추가 사기 피해 막아
한 식당 주인의 날카로운 관찰력이 보이스피싱 사기를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지난 17일(현지 시간) 온라인 미디어 바스티유포스트(Bastille PosT)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오후 12시께 중국 쓰촨성 광위안시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뤄씨는 한 시간 넘게 음식에 손도 대지 않고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는 모녀의 모습을 보고 의아함을 느꼈다.
모녀는 젓가락조차 들지 않고 심각한 표정으로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뤄씨는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하고 가까이 다가가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엿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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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는 은행 계좌와 인증 코드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에 보이스피싱을 떠올린 뤄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그의 직감은 적중했다.
뤄씨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 주문한 음식은 그대로 둔 채 휴대전화만 보며 은행 계좌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을 듣고 전형적인 보이스피싱 패턴이라고 직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차례 모녀에게 사기 가능성을 경고했으나 설득에 실패하자 경찰에 신고하는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신속한 대응으로 사기 위기에서 구해내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모녀가 휴대전화 화면 공유 기능을 통해 위챗, 알리페이, 은행 애플리케이션의 계좌 정보를 사기범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는 상황을 확인했다.
경찰의 설명을 들은 후에야 모녀는 자신들이 사기 피해자가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조사 결과 딸 장씨는 온라인에서 게임 계정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가짜 구매자를 만났고, 이 구매자가 소개한 '중개자'의 지시에 따라 거래 보안을 위한 '자본금 확인' 명목으로 3,199위안(한화 약 62만 원)을 지불한 상태였다.
다음 날 사기범은 '환불 절차'를 구실로 장 씨에게 화면 공유 기능을 활성화하도록 유도한 후, 어머니 왕씨의 은행 계좌 정보까지 요구했다.
광원 사기방지센터의 신속한 대응으로 왕씨의 계좌에서 19차례에 걸쳐 이체된 총 6만 위안(한화 약 1,164만 원)의 자금 흐름을 추적했으며, 은행과 협력하여 90분 만에 관련 계좌를 동결시켰다.
이로써 30만 위안(한화 약 5,820만원) 이상의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중국 공안부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중국 전역에서 발생한 전화 사기 피해액은 350억 위안(한화 약 6조 7,900억 원)에 달하며, 특히 게임 계정 거래를 미끼로 한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화면 공유 기능을 악용한 사기 수법은 피해자의 모든 금융 정보를 실시간으로 탈취할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경찰은 "최근 게임 계정 거래를 빙자한 사기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화면 공유 기능을 통해 은행 앱과 결제 앱의 정보를 탈취하는 수법이 늘고 있다"며 "어떤 경우에도 낯선 사람에게 은행 인증 코드를 알려주거나 화면 공유를 허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이번 사건의 주인공인 식당 주인 뤄씨는 SNS에서 '보이스피싱 영웅'이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시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사람들이 힘들게 번 돈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왔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