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등급 강등, 무디스도 75년 만에 최고 등급 철회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가 16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장기발행자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1'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로써 세계 3대 신용평가사 모두가 미국에 대한 최고 신용등급을 철회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무디스는 등급보고서를 통해 "10년 넘게 미국의 국가 부채 증가와 이자 지급 비율 등이 비슷한 등급의 국가들과 비교해 현저히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의 역대 행정부와 의회가 대규모 연간 재정 적자와 증가하는 이자 비용 문제를 되돌릴 조치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현재 논의 중인 재정정책으로는 "의무 지출 및 재정 적자에 대한 실질적이고 다년간 걸친 감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Bank
무디스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는 지난해 6.4%에서 2035년까지 약 9%로 확대될 전망이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국가 부채 비율이 같은 기간 GDP의 134%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또한 이자 지급액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3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신용등급 하향은 미국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심각한 경고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재무부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국가 부채는 2024년 말 34조 달러(약 4경 6,000조 원)를 넘어섰으며, 이는 미국 GDP의 약 120%에 해당하는 규모다.
Moody's
3대 신용평가사 모두 미국 최고 등급 철회
무디스는 그동안 3대 신용평가사 중 유일하게 미국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으로 유지해왔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등급을 낮췄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011년 8월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고, 피치(Fitch)도 2023년 8월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낮춘 바 있다.
다만 무디스는 미국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이는 미국의 거대 경제 규모, 강력한 제도적 기반, 글로벌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의 지위 유지, 높은 평균 소득 등을 감안한 결정이다.
무디스는 "미국 경제의 근본적인 강점은 여전히 견고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