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사의 부적절한 치료로 목숨 잃은 반려견
한 번에 치아 16개를 뽑는 부적절한 치료를 받은 강아지가 목숨을 잃으면서 한 수의사에 대한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The New York Post)는 티컵 요크셔테리어 '코코(Coco)'가 심장마비 후 경험이 부족한 수의사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빨 16개를 발치하고 적절한 응급 처치를 하지 않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견주 파비아나 프랑코(Fabiana Franco, 60)는 460만 달러(한화 약 65억 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The New York Post
프랑코는 배터리 파크 동물 병원(Battery Park Veterinary Hospital)과 수의사 더글러스 버거(Douglas Berger), 데이니라 후에텐모서(Deianira Huettenmoser)가 몸무게가 3.8파운드(약 1.7kg)에 불과한 8살 반려견 코코에게 불필요한 시술과 잘못된 치료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아직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며 "이 모든 일이 끝나기 전까지는 제대로 된 애도를 표할 수 없을 것 같다"라고 호소했다.
심리학자인 프랑코는 복잡한 트라우마를 앓는 환자 치료를 위해 코코를 입양했다.
프랑코는 "녀석에게 첫눈에 반했다. 코코는 내 일과 사생활의 일부가 됐다. 내가 코코를 데려왔을 때 녀석은 생후 9주였고, 몸무게는 1파운드(약 453g)였다. 정말 사랑스러웠다. 완벽한 성격에 장난기도 많았다"라고 회상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의료 과실로 인한 비극적 결말
코코는 티컵 요크셔테리어 품종에서 흔히 나타나는 기관 허탈을 앓고 있었다.
'기관 허탈'이란 기관 연골이 약해져 기도가 좁아지거나 무너지면서 공기 흐름이 방해돼 기침, 호흡 곤란 등이 나타나는 호흡기 질환이다.
프랑코의 담당 수의사는 레이저 치료와 약물 치료로 코코의 상태를 잘 관리해왔다.
그러나 담당 수의사가 출산 휴가를 간 후, 버거 박사가 감염된 어금니 발치를 위해 마취를 권장했고,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며 자신이 직접 코코의 마취를 맡고, 숙련된 수의사가 수술을 집도하며, 자신이 수술 전체를 감독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맨해튼 대법원 소송에 따르면, 수술 당일인 1월 15일 버거는 현장에 없었다.
후에텐모저는 몇 시간 후 프랑코에게 전화해 코코의 이가 더 많이 나빠졌다고 말하며 발치할 것을 권했고, 프랑코에게 알리지 않고 코코의 치아 16개를 한 번에 발치했다.
견주 파비아나 프랑코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반려견 코코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The New York Post
더 심각한 것은 코코가 2시간 이상 마취 상태에 있다가 심장마비를 일으켰을 때 적절한 응급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소송에 따르면, 코코는 약 6분 동안 임상적으로 사망한 상태였음에도 후에텐모저는 프랑코에게 "괜찮다"고 말한 뒤, 전문 동물 병원이 아닌 동네 동물 병원의 일반 응급 진료소로 옮긴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해당 진료소의 간호사가 프랑코에게 직접 코코를 상급 동물 의료 센터로 데려갈 것을 권유했고, 함께 택시를 타고 가며 죽어가는 코코에게 산소를 공급했다.
프랑코는 "내 인생 최악의 라이딩이었다. 코코가 소리를 내며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내가 녀석을 안고 있었고, 간호사가 제 옆에서 산소호흡기를 해주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코코는 애니멀 메디컬 센터에 도착 후 중환자실로 급히 옮겨져 며칠 동안 인공호흡기를 사용했지만, 1월 19일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프랑코는 그녀가 진료 기록을 요구했을 때, 그 기록은 변경되어 있었고 그녀와의 소통에 대한 언급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3곳의 동물 병원에서 총 3만 달러(한화 약 4,265만 원)에 가까운 비용을 청구 받았다고 한다.
프랑코는 소송 서류에서 "수의사들이 자신들의 직업적 명예를 지키기 위해 코코의 생명을 희생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반려동물들이 다치지 않도록 하고 싶다"며 "동물 병원 환자, 가족, 친구, 이웃, 그리고 애견미용사까지 모두 큰 충격을 받았다"라고 덧붙였다.
프랑코의 변호인은 "우리는 코코를 위한 정의를 추구한다. 수의사들은 동물을 단순한 재산으로 취급하는 법에 의해 보호를 받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는 수의사들에게 완전한 책임을 묻고 동물이 재산 그 이상의 존재임을 인정하는 법체계를 요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법적 지위와 수의사의 책임 문제를 다시 한번 수면 위로 올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주에서 반려동물은 법적으로 '재산'으로 분류되어 있어, 의료 과실 소송에서 정서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몇몇 주에서는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를 재고하는 움직임이 있으며, 이번 소송이 그러한 변화를 가속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