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 자금 2조원...초저가 에어컨에 투입
LG전자가 인도 법인을 내달 초 현지 증시에 상장한다. 보유 지분 15%를 매각해 최대 15억달러(약 2조20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다. 확보한 자금은 '100달러대(약 14만~29만원)' 초저가 에어컨 등 인도 특화 제품 개발, 제3 공장 신설, 유망 스타트업 M&A, 주주환원 등에 투입된다.
LG전자는 상장 시점을 5월 초로 보고 있으며, 조주완 CEO의 인도 출장도 조율 중이다. 인도 증권거래위원회의 IPO 승인도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상장을 계기로 LG전자는 미국 시장 의존도를 낮추고, 폭발적으로 성장 중인 인도 내수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사진=인사이트
스리시티에 3공장 신설...'트라이앵글 생산체제'
LG전자는 상장 자금을 토대로 인도 남동부 스리시티에 가전 3공장을 짓는다. 5억달러 이상을 투입해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푸네·노이다 공장과 함께 '트라이앵글 생산거점'을 완성해 현지 생산 역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특히 LG는 인도 중산층을 겨냥한 초저가 에어컨을 집중 출시한다. 단순 냉방 기능만 탑재한 모델로 생산비를 최소화해 접근성을 높인다. 에어컨 보급률이 12%에 불과한 인도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다.
세탁기, 정수기 등도 현지 생활환경에 맞춘 '특화 제품'을 지속 확대한다. 예컨대 인도 전통의상 '사리'를 보호하는 세탁기 코스, 저수압 대응 UV살균 정수기 등이다.
'국민 브랜드' 도약 노린다
LG전자는 이번 IPO를 단순 자금 조달이 아닌 인도 시장 주도권 강화의 기회로 삼고 있다. 현재 세탁기(33.5%), 냉장고(28.7%), TV(25.8%), 에어컨(19.4%) 점유율 1위에 올라 있지만, 가전 보급률 자체는 20%대에 머무르고 있어 성장 여지가 크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업계 관계자는 "보급률이 수년 안에 70~80%까지 오를 것으로 본다"며 "LG전자가 최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 투자, AI 가전·웹OS·로봇 사업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투입될 전망이다. 일부는 주주환원책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블룸버그는 LG전자 인도법인의 예상 시가총액을 약 130억달러(19조원)로 추산했다. 이는 현재 LG전자 본사 시총(약 12조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LG전자 본사의 기업가치 재평가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