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5월 05일(월)

원화값, 달러당 1472원... 16년 만에 최저 찍었다

원화값 16년 만에 최저치, 금융시장 불안감 증폭


달러당 원화값이 16년 만에 최저치인 1472.90원까지 하락하며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미국 경기 둔화 우려 등이 원화값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31일 전문가들은 올 2분기 달러당 원화값이 1500원 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으며, 외환시장을 둘러싼 악재가 많아 원화값 저점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관세 영향과 미국 경기 둔화 조짐으로 위험 심리가 커지며 상대적 위험 통화인 원화가 약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원화값 저점을 1500원까지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날 원화값 급락에 공매도 재개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는 단기적 변수로, 직전 거래일인 지난 28일 야간 시장의 원화값 하락 추세가 이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과거 주식시장에서도 공매도 재개 이후 원화값이 약세를 보였지만 여파가 단기적이라 하루 만에 회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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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현재 원화값 수준이 지나치게 떨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상호관세 경계감이 지나치게 커서 단기적으로 원화값이 너무 저평가됐다고 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시행을 연기한다는 뉴스가 나오면 원화값 상승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원화값이 빠르게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원화값 하락으로 인해 기업을 중심으로 한 국내 거주자들의 외화예금도 감소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 잔액은 985억3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49억1000만달러 줄었다.


한 달 새 기업예금과 개인예금은 각각 45억8000만달러, 3억3000만달러 감소했으며, 달러와 엔화를 포함한 주요 통화의 예금 잔액도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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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값 추락은 국내 은행권의 자본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은행들의 위험가중자산 확대는 BIS 자기자본비율에 악영향을 미쳤으며, 장기적인 원화 약세는 앞으로 더 많은 위험가중자산 증가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은행권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전 분기 대비 하락했으며, 기본자본비율과 총자본비율도 낮아졌다.


5대 은행 중 우리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가장 낮았으며,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순으로 모두 전 분기에 비해 하락했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도 보통주자본비율이 낮아졌으나 모든 국내 은행은 자본규제비율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2025년 들어서도 원화 약세 기조가 이어지고 있으며 경기 회복 지연과 미국 보호무역주의 심화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신용손실 확대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