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자동차 관세 폭탄, 테슬라와 BYD에게는 호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자동차와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이번 조치로 인해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량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테슬라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짐작이 나오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Korea
테슬라는 미국, 중국, 독일에 각각 기가팩토리를 건설하고, 판매 지역별 현지 생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은 미국에서, 중국에서 판매되는 차량은 중국에서, 유럽에서 판매되는 차량은 독일에서 각각 생산하는 구조다.
이러한 전략 덕분에 트럼프의 외국산 차 25% 관세 부과에도 테슬라는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테슬라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부품에도 25%의 관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많은 부품을 수입하고 있어 이 부분에서는 관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BYD코리아 출범식 / 뉴스1
중국 BYD, 트럼프 관세의 무풍지대에서 성장 가속화
흥미롭게도 트럼프의 자동차 관세 폭탄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기업이 있다.
바로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다. BYD는 미국으로의 차량 수출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번 관세 조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이전부터 중국산 자동차에 100%의 관세를 부과해 왔다. 여기에 이번에 추가된 25% 관세까지 더해지면 중국산 전기차는 사실상 125%의 관세를 물게 된다.
이러한 고관세 장벽으로 인해 BYD는 애초에 미국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았고, 대신 브라질, 남아공 등 브릭스(BRICS)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BYD코리아 출범식 / 뉴스1
이러한 전략은 BYD에게 성공적이었다. BYD는 지난해 매출 1070억 달러를 기록하며 테슬라(970억 달러)를 제치고 세계 전기차 업체 중 처음으로 연간 매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또한 최근에는 5분 충전으로 470km를 주행할 수 있는 혁신적인 충전 시스템을 발표해 전 세계 전기차 업계에 충격을 주었다.
트럼프의 이번 관세 정책이 오히려 중국 전기차 업체에 반사이익을 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일본 자동차 업체, 최대 피해자로 부상
반면, 트럼프의 관세 폭탄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은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제조사들이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 170만8293대 중 약 58%인 99만5577대를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했다.
토요타도 2023년 미국에서 판매한 233만대 차량 중 44%를 미국 이외 지역에서 생산했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 업체들은 상당 부분이 관세에 직접 노출되어 있어 당분간 어려운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왼쪽부터) 마이크 존슨 하원 의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정의선 현대차 회장 / GettyimagesKorea
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가진 중국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이 한국과 일본 업체들인 상황에서, 트럼프의 관세 부과는 한일 업체만 어렵게 해 중국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BYD 같은 중국 전기차 업체에 더 뒤처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쟁업체들이 관세 문제로 고군분투하는 동안,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저렴한 가격과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가 흐름도 이러한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 최근 한 달간 테슬라 주가는 10% 정도 급락한 반면, 같은 기간 BYD는 홍콩증시에서 9.5% 급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GettyimagesKorea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오는 4월 2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판도를 어떻게 바꿀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