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보수 삭감한 정용진 회장, 반면 직원 연봉은 인상
정용진 이마트 회장이 스스로 보수를 줄이며 임직원들과의 연봉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이마트의 실적이 개선되는 상황에서도 보수 총액을 자진 삭감하며 쇄신 경영에 나선 모습이 주목받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개된 이마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 회장과 이마트 직원 간 연봉 차이는 2021년 90.5배에서 2024년 70.7배로 크게 줄었다. 이는 2022년 80.3배, 2023년 76.3배로 매년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정 회장이 이마트에서 받은 지난해 보수는 총 36억 900만원이다. 전년도 36억 9900만원보다 2.4% 감소한 것이다. 이마트가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실적을 끌어올린 점을 고려하면, 그의 보수 삭감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그룹 내부에서는 이를 '책임경영의 실천'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임직원 평균 연봉은 꾸준히 상승
반면 이마트 임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1인당 평균 급여는 2023년 4850만원에서 지난해 5100만원으로 증가했다.
2020년 3900만원과 비교하면 30.8%가 상승한 수치다.
같은 기간 정 회장의 보수는 7.2% 증가에 그쳐, 경영진과 일반 직원 간의 보수 격차를 줄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정 회장은 지난해 3월 그룹 회장직에 오른 이후 줄곧 '성과 중심의 경영 쇄신'을 강조해 왔다.
사진제공=신세계그룹
"독하게 일만 하겠다"는 말을 자주 언급했으며, 실제로 이마트와 신세계의 수익성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지난달 정 회장이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중 10%에 해당하는 278만7582주를 사재로 매입한 것이다.
매입가는 주당 8만760원으로, 총액은 약 2250억원에 달한다.
이 지분 매입은 이마트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전략이 공개된 이후 주가가 급등한 시점에 이뤄져 더욱 의미가 크다.
경영진 전체 보수도 대폭 감소
정 회장 개인뿐 아니라, 이명희 총괄회장과 정재은 명예회장을 포함한 3인의 이마트 경영진 보수 총합도 큰 폭으로 줄었다.
'트럼프 인맥'의 중심인 정 회장. 왼쪽은 트럼프 장남 /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이들의 총 보수는 2022년 99억8500만원에서 2023년 98억2900만원으로 소폭 감소했고, 지난해에는 71억43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7.3%나 감소했다.
만약 정 회장이 밸류업 공시 전날(2월 10일) 종가인 6만2600원에 지분을 매입했다면, 약 157억원을 절감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단순한 경영권 강화 차원을 넘어,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SG 경영과 사회적 책임 '모범사례' 될 듯
재계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말뿐이 아닌 실천으로 책임경영과 변화의 신호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최근 기업 경영진의 고액 연봉과 일반 직원과의 격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대기업 오너의 책임경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뉴스1
국내 다른 대기업들도 최근 ESG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경영진과 직원 간 보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 회장의 이번 행보는 이러한 흐름을 선도하는 모범 사례로 평가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