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 진 해크먼 부부 사인 밝혀져
벳시 아라카와와 진 해크먼 / GettyimagesKorea
오스카 연기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할리우드의 전설적인 배우 진 해크먼이 아내 벳시 아라카와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이들의 사망 원인이 밝혀졌다.
지난 7일(현지 시간) 미국 뉴멕시코주 수사당국은 진 해크먼(Gene Hackman, 95)이 지난달 18일께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그의 부인인 피아니스트 벳시 아라카와(Betsy Arakawa, 65)가 11일 사망하고 일주일가량 지난 시점이다.
뉴멕시코주 법의학실 수석 검시관 헤더 재럴 박사(Dr. Heather Jarrell)는 해크먼의 사인을 고혈압과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으로 밝혔으며, 알츠하이머병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부인 벳시 아라카와는 한타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폐 증후군으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당국은 "'한타바이러스'는 쥐의 배설물을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로, 사람이 감염되면 독감과 유사한 발열, 근육통, 기침, 구토,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심하면 심부전이나 폐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타바이러스, 한국에서 최초 발견
YouTube 'YTN 사이언스'
한타바이러스는 1976년 故 이호왕 고려대 명예교수가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이는 한국인이 발견한 최초의 병원 미생물이다.
이 전 교수는 1976년 한탄강 주변에 서식하는 등줄쥐의 폐 조직에서 세계 최초로 유행성출혈열 병원체와 면역체를 발견했다.
6·25 전쟁 당시 휴전선 일대에서 복무했던 유엔군들 사이에서 유행한 전염병을 조사하다가 한타바이러스를 발견했다.
당초 바이러스를 찾은 지역인 한탄강의 이름을 따서 처음에는 '한탄바이러스'라고 이름을 붙였으나, 번역 과정에서 '한타바이러스'로 잘못 전해진 뒤 그대로 부르게 됐다.
한타바이러스는 항바이러스제와 같은 치료 약이 없다. 특히 미국 서부에서 감염 사례가 많으며 3~6일간 독감 증상을 보이다가 폐에 체액이 생기면 하루이틀 안에 빠르게 사망할 수 있다.
산타페 카운티 보안관 애던 멘도사가 2025년 2월 28일(현지 시간) 뉴멕시코주 산타페에서 배우 진 해크먼과 그의 아내 베시 아라카와의 사망에 대한 조사에 대한 업데이트를 제공하기 위해 산타페 카운티 보안관 사무실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 GettyimagesKorea
당국은 아라카와가 한타바이러스에 감염돼 관련 증상을 앓다가 숨졌고, 해크먼은 알츠하이머로 인해 이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다가 일주일가량 지난 뒤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고 결론지었다.
지역 보안관 애던 멘도사(Adan Mendoza)는 "해크먼이 집안에 부인의 시신을 그대로 둔 채 있었던 것이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것으로 추정한다"고 답했다.
재럴 박사 또한 해크먼이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부인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GettyimagesKorea
앞서 해크먼과 아라카와는 지난달 26일 뉴멕시코주 샌타페이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외상 흔적이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발견 당시 해크먼은 회색 바지과 긴팔 셔츠 등 외출복을 입고 있었으며, 주변에는 선글라스와 지팡이가 놓여 있었다.
아라카와의 시신은 히터 옆 욕실 바닥에서 발견됐으며, 욕실 옆 부엌 조리대에는 처방 약병과 약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의 시신은 얼굴이 퉁퉁 붓고 손과 발이 미라화된 상태였다.
또한 아라카와의 시신에서 약 3m 떨어진 욕실 벽장 안에서는 부부가 키우던 반려견 세 마리 중 한 마리가 숨진 채 발견됐다. 나머지 두 마리는 살아있었다.
수사 당국은 숨진 개가 탈수 또는 굶어 죽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영화 '프렌치 커넥션' 속 진 해크먼의 모습
한편 1930년생인 진 해크먼은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할리우드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는 '슈퍼맨' 시리즈를 비롯해 '미시시피 버닝', '컨버세이션', '퀵 앤 데드', '크림슨 타이드',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 '로열 테넌바움' 등으로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프렌치 커넥션'(1971)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1992)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해크먼은 영화계에서 은퇴한 후에도 문학 분야에서 활동하며 '웨이크 오브 더 페르디도 스타', '저스티스 포 넌', '에스케이프 프롬 앤더슨빌', '페이백 앳 모닝 피크' 등 여러 권의 소설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