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3월 14일(금)

"건물보다 안전해" 규모 7.8 튀르키예 대지진 트라우마로 2년째 '동굴'서 사는 남성

"동굴이 제일 안전" 지진 트라우마로 동굴서 2년 거주한 튀르키예 남성


인사이트TGRT


안락한 보금자리가 자연재해로 한순간에 무너진다면 모든 걸 잃은 기분이 들 것이다.


안타깝게도 튀르키예 남부에 살던 알리 보조란(Ali Bozoğlan)는 2023년 2월 튀르키예·시리아 대지진으로 집을 잃었다.


당시 규모 7.8의 지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5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수많은 건물이 붕괴하며 대규모 이재민이 발생했다.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튀르키예 매체 TGRT HABER 등에 따르면 알리는 지진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져 더 이상 인공적인 건물에서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홀로 도시 외곽의 동굴로 거처를 옮긴 그는 외딴곳에서 홀로 살림을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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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녀의 아버지인 그는 가족들에게 함께 동굴에 가자고 설득했지만 실패했다. 그렇게 동굴에 홀로 살게 된 그는 오히려 행복하고 평화롭다고 이야기했다.


알리는 TGRT HABER와의 인터뷰에서 "지진 이후 2년 동안 이곳에 살았고 이 동굴에서 평화를 찾았다"며 "이 동굴은 수천 년 동안 존재해 왔으며 붕괴하지 않았다"고 동굴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카디르 오카탄(Kadir Okatan) 데프네시 시장에게 도시와 가까운 곳에 컨테이너 집을 지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알리는 거절했다.


그는 "동굴에서 설거지와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음식을 준비한다. 동굴에서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다"며 동굴 생활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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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알리는 "눈, 비, 추위, 서리가 많이 와도 절대 춥지 않다. 그래서 뱀과 쥐가 가끔 동굴에 오기도 한다"며 동굴 생활이 쉽지만은 않다고 했다.


또 외진 곳에 있는 동굴의 특성상 번듯한 화장실을 마련할 수 없었으며, 수돗물을 끌어다 쓰기도 어려웠다.


이에 알리는 세탁기와 냉장고라도 전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 태양광 패널 설치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튀르키예 정부가 또다시 그에게 컨테이너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당초 데프네시 시장의 첫 제안을 거절한 알리였다.


"컨테이너와 동굴 오가며 생활할 것"


인사이트hürriyet


정부의 연이은 성원에 못 이긴 것일까. 동굴 생활을 고집하던 알리는 원룸 구조의 컨테이너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현지 일간 휘리예트(hürriyet)에 따르면 알리는 무스타파 마삿르(Mustafa Masatli) 하타이 주지사로부터 컨테이너를 제공 받았다.


컨테이너로 일부 살림을 옮긴 알리는 "내 동굴은 완벽했고, 산소가 가득했으며 평화로웠다"며 컨테이너와 동굴을 오가며 생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알리는 자신이 지진 피해를 입고 동굴에 사는 모습이 뉴스에 나온 후 동굴에 하타이 주지사 및 데프네 지역 주지사 팀이 동굴로 찾아왔다고 전했다.


하타이 주지사에게 컨테이너를 받은 알리는 "동굴 생활이 더 나아졌다. 하타이 주지사는 내게 제2의 고향을 선물해줬다"며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