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십자 호주 지부 '라이프블러드'
헌혈과 혈장 기부로 240만명의 생명을 구한 호주인 제임스 해리슨이 88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는 18세부터 81세까지 총 1173번의 헌혈과 혈장 기부를 통해 약 240만 명의 생명을 구한 인물로, '황금팔의 사나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지난 1일(현지시간) 호주 적십자 혈액원은 지난달 17일 해리슨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의 한 요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해리슨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헌혈을 한 인물 중 하나로, 그의 헌혈 여정은 14세 때 흉부 수술을 받으며 다량의 수혈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적십자 호주 지부 '라이프블러드'
이후 그는 1954년부터 꾸준히 헌혈과 혈장 기부를 이어갔으며, 매 2주마다 한 번씩 혈액을 전했다. 특히 그는 2005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혈장을 기증한 기록을 세웠고, 이는 2022년까지 유지되었다.
해리슨의 헌혈 및 혈장 기부는 Rh- 혈액형 산모와 Rh+ 태아 간에 발생할 수 있는 태아 용혈성 질환(HDFN)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의 혈액에는 자연적으로 Anti-D 항체가 포함되어 있었고, 이는 Rh- 산모에게 투여하는 Anti-D 면역글로불린 제조에 사용되었다. 이러한 공헌 덕분에 해리슨은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해리슨의 딸 트레이시 멜로우십도 Anti-D 치료법의 혜택을 받았다고 전하며 "아버지는 인도주의자인 동시에 유머 감각도 뛰어났었다"고 회상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녀는 "아버지는 많은 생명을 구한 것을 자랑스러워하셨다"며 "구한 생명이 결국 자신의 생명이 될 수도 있다고 늘 강조하셨다"고 말했다.
호주 적십자 혈액원의 CEO 스티븐 코넬리센은 해리슨을 "평생 기부를 실천한 위대한 사람"이라고 칭송하며 그의 헌신적인 기부에 감사함을 표했다.
그는 "아내 바바라씨가 세상을 떠난 후 가장 암울한 시기를 보낼 때도 해리슨씨는 헌혈을 계속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호주 내 해리슨과 같은 Anti-D 혈장 기증자는 약 200명으로, 이들은 매년 약 4만5000명의 산모와 아기의 목숨을 살리고 있다. 그러나 정기적인 기증자의 부족으로 인해 연구팀은 해리슨의 이름을 딴 'James in a Jar'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해리슨과 같은 기증자들의 혈액과 면역 세포를 활용해 Anti-D 항체를 배양하는 연구로, 전 세계적인 태아 및 신생아 용혈성 질환 예방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