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선로 위에 서서 죽음 기다리던 여성, 생명의 은인과 결혼한 사연 '화제'
샬럿 레이와 데이브 레이 / BBC
"저는 제 목숨을 구해준 남자와 결혼했어요"
최근 영국에서는 기관사와 결혼한 한 여성의 특별한 사연이 화제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영국 BBC는 간호사로 일하는 샬럿 레이(Charlotte Lay, 33)라는 여성의 사연을 전했다.
샬럿은 2019년 여름 어느 날 오후, 평소처럼 야간 근무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은 그는 이날 몸 상태도, 정신 상태도 좋지 않았다.
결국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웨스트 요크셔 기차역 선로에 들어섰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런데 이때 플랫폼에 기차가 들어왔다. 다행히 샬럿을 발견하고 즉시 기차를 세운 기관사는 샬럿에게 다가왔다.
샬럿은 "10대 때부터 정신 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 이후로도 병원에 들락날락했다. 5년 전 그날의 기억은 상당히 흐릿하지만 내가 서있던 선로에 기차가 정차하는 것을 본 기억은 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한 남자가 기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가 나를 혼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기차에서 내린 기관사 데이브 레이(Dave Lay, 47)는 샬럿 앞에 무릎을 꿇고 차분한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한 후 "오늘 힘든 일이 있었나요?"라며 진정시켰다.
샬럿이 "조금 힘들다"라고 말하자 데이브는 "괜찮으니 기분이 나아질 때까지 앉아서 함께 얘기하자"며 "당신이 충분히 편안해질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안전한 곳에 데려다주겠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고, 샬럿은 기차를 타고 스킵튼 역에 도착해 경찰에 인계됐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다음 날, 샬럿은 자신을 구해준 남성을 찾기 위해 지역 페이스북 그룹에 도움을 요청했다.
샬럿은 "그가 연락을 원하지 않아도 이해하지만 시간을 내주고 나를 인간처럼 대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데이브의 동료가 샬럿의 게시글을 보고 그의 연락처를 보내왔다.
데이브 역시 샬럿의 문자 메시지를 받고 안도했다고 한다.
그는 "열차에서 내려 위기에 처한 사람과 대화한 건 처음이었다"며 "그녀가 괜찮은지 확인하고 싶었다. 경찰에 연락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려고 했고 그저 그녀가 안전한지 확인했을 뿐이다. 그럴 의무가 있다고 느꼈다. 누군가에게 그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데이브는 샬럿에게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고, 이날 이후 두 사람은 매일 메시지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간호사 샬럿, '생명의 은인' 데이브 목숨 구해
샬럿 레이 / BBC
두 달 후 본격적으로 데이트를 한 두 사람은 이날 이후 연인이 됐다. 그런데 2020년 7월, 두 사람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데이브가 고환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그는 "과거 12~13년 동안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며 물건을 들어 올리고 나르는 일을 했었다. 그래서 그냥 허리가 안 좋다고 생각했다. 샬럿은 계속 병원에 가라고 했지만 나는 그냥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거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다행히 샬럿의 권유로 병원을 찾은 데이브는 조기 발견으로 치료를 받은 지 몇 주 후 완치 판정을 받았다.
당시 의료진은 그에게 제때 진단을 받지 못했다면 더 이상 살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간호사인 샬럿의 빠른 판단이 그를 살린 것이다.
데이브는 "샬럿은 내가 자신의 생명을 구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사실 샬럿도 내 생명을 구했다"라고 말했다.
2022년, 두 사람은 연인에서 부부가 됐다. 당시 샬럿은 임신 22주 차였다.
BBC
이제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샬럿은 여전히 정신 건강 관리를 받고 있다.
그는 "인생은 더 나아진다. 살아있어야만 그걸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연락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으니 주변 사람들이 먼저 연락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샬럿은 "누군가에게 괜찮은지 두 번 이상 물어보면 마음을 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주변 사람에게 안부를 묻는 것만으로도, 커피 한 잔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