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삼성물산 입사...51년 뒤 신세계 백화점부문장으로
스타벅스 후임 인선 요청했던 경영인, 생활용품·홈쇼핑·면세점 거쳐 다시 중책
첫 직장은 삼성물산이었다. 1975년 입사한 청년은 호텔과 커피회사의 대표를 지냈고, 일흔을 맞던 해에는 11년 넘게 이끌던 스타벅스에서 물러났다. 거기까지로도 긴 경력이었다. 그런데 그 뒤로도 그의 이름 옆에는 새 보직이 붙었다.
2026년 11월 6일에는 신세계 백화점부문장이 더해졌다. 이석구 사장, 일흔일곱이다. 지난해 맡은 신세계디에프 대표이사직도 유지한다. 첫 직장에 들어간 지 51년이 지난 올해, 맡을 일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신세계그룹 백화점부문은 이날 이 사장을 신임 부문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백화점부문은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디에프 등 관계사를 총괄하는 조직이다. 이 사장에게는 계열사 전반의 감사 기능과 경영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일이 주어졌다.
그의 이력에는 2019년의 퇴임도, 2020년의 복귀도 들어 있다. 한 회사에서 오래 자리를 지킨 이야기만으로는 지금의 이석구를 다 설명하기 어렵다.
후임을 부탁하고 떠났던 스타벅스
1949년생인 이 사장은 동성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삼성물산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경영관리 업무를 했고, 1999년 신세계 백화점부문 지원본부장으로 옮겼다. 이후 이마트부문 지원본부장과 조선호텔 대표를 거쳤다.
그의 이름이 소비자에게 익숙해진 것은 스타벅스를 맡으면서부터다. 2007년 12월 대표로 취임해 2019년 3월까지 회사를 이끌었다. 재임 중인 2016년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매출은 1조28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커피전문점 업계에서 처음으로 연매출 1조원을 넘었다.
매장에 가기 전 휴대전화로 커피를 주문하는 '사이렌 오더'도 그가 대표로 있던 시기에 도입됐다. 커피를 주문하는 방식이 바뀌던 시절, 그가 대표 자리에 있었다. 경영 성과는 숫자로 남았지만, 소비자에게는 손에 익은 서비스로 남았다.
2019년 그가 스타벅스를 떠날 때는 후임을 먼저 요청했다는 이야기가 함께 전해졌다. 당시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사장은 회사를 위해 후임 인선을 고려해 달라는 뜻을 전달했고, 회사는 퇴임 약 1년 전부터 새 대표를 물색했다.
오랫동안 맡았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절차였다. 일흔이 되는 해였고, 스타벅스에서 남긴 성과도 있었다. 그의 경력을 정리하는 기사에서 마지막 대목으로 삼아도 이상하지 않을 시점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인사 명단에 그의 이름이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는 커피가 아닌 생활용품이었다.
커피 다음은 생활용품, 그리고 홈쇼핑과 면세점
2020년 이 사장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주(JAJU)사업부문 대표를 맡았다. 2022년에는 신세계 신성장추진위원회 대표, 2023년에는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2025년 9월에는 신세계디에프 대표에 선임됐다.
호텔에서 커피로, 생활용품에서 홈쇼핑으로 이어진 경력에 면세점이 추가됐다. 모두 유통과 소비자를 상대하는 사업이지만, 파는 물건도 고객을 만나는 방식도 달랐다. 스타벅스를 오래 이끌었다는 경력만으로 다음 사업의 성과까지 보장받을 수는 없었다.
면세점 인사 때 신세계가 밝힌 주문도 구체적이었다. 각종 현안을 해결하고 면세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하라는 것이었다. 이 사장은 인천국제공항 임대료 부담과 수익성 개선 과제를 안고 있던 회사를 맡았다.
그로부터 1년여 뒤, 그룹은 그의 업무 범위를 더 넓혔다. 이번에는 한 계열사를 경영하면서 백화점부문 전체의 관리체계까지 챙겨야 한다. 신세계디에프 대표 자리를 넘기고 옮겨가는 인사가 아니다.
신세계는 이번 인사의 목적으로 '감사 기능 강화'와 '시스템 경영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백화점부문은 지원본부와 관리본부 체제로 운영되며, 김선호 부사장이 지원본부를 맡는다.
이번에 맡은 일에는 계열분리라는 과제도 걸려 있다.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가 이마트와의 분리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 사장은 백화점부문 계열사들의 경영관리 체계를 정비하게 됐다. 이명희 총괄회장 시절부터 여러 계열사를 맡아온 경영인이 다음 세대의 신세계에서도 그룹의 틀을 갖추는 일에 힘을 보태게 된 셈이다.
이 사장이 신세계로 옮겨 처음 맡았던 일도 백화점부문 지원본부장이었다. 1999년에는 백화점의 지원 업무를 맡았고, 27년 뒤에는 관계사들을 아우르는 부문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