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2030년 한국 전기차 수출액 가운데 약 2조2000억원이 경쟁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에서도 중국산 전기차 판매 비중이 40%를 넘어선 가운데 정부의 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이 중요해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4일 발표한 '한국 전기차 수출 및 경쟁력 현황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국의 수출 점유율 확대 추세가 2030년까지 이어질 경우 한국 전기차 수출액 중 약 2조2000억원이 경쟁 위험에 노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한국 전기차 수출액의 14.7%에 해당한다.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합산한 분석으로, 실제 수출 감소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성장하는 동안 한국의 수출 점유율은 오히려 낮아졌다. 세계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6%에서 지난해 25%로 확대됐지만, 한국의 세계 전기차 수출 점유율은 같은 기간 8.9%에서 4.6%로 떨어졌다.
특정 품목의 수출 경쟁력을 비교하는 현시비교우위지수(RCA)에서도 지난해 중국이 1.49로 한국(1.48)을 근소하게 앞섰다.
국내 시장에서도 중국산 전기차의 판매가 늘고 있다. 올해 1~9월 중국에서 생산된 승용 전기차의 국내 신규 등록 대수는 11만2417대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2배 증가했다. 시장점유율은 43.5%까지 높아진 반면 국산 승용 전기차는 48.7%로 절반 아래로 내려갔다. 여기에는 중국 브랜드뿐 아니라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테슬라 차량도 포함된다.
한국의 수출 점유율 하락 역시 중국 업체의 성장 외에 통상환경 변화와 국내 완성차 업체의 해외 현지 생산 확대 등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중국 전기차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국내 생산 기반을 지키기 위한 정부 지원 정책도 시험대에 올랐다.
정부는 전기차 구매보조금과 최대 100만원의 전환지원금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구매 수요 확대가 반드시 국내 생산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2027년 도입을 추진하는 국내생산세액공제는 이차전지 등을 지원 대상으로 삼았지만 완성 전기차는 제외했다.
공제 적용 요건도 쟁점이다. 정부안은 국내 생산품 가운데 국내 판매 물량만 공제 대상으로 인정하고 수출 물량은 제외하고 있다. 완성 전기차가 지원 대상에 추가되더라도 이러한 요건이 유지된다면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자동차 산업에는 혜택이 제한될 수 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수출 물량까지 공제 대상에 포함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국내 생산을 확대하면서 수출 경쟁력도 높일 수 있도록 지원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취지다.
이상호 한국경제인협회 경제본부장은 "중국 전기차 산업은 자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에 힘입어 미래 자동차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고 있다"며 "국내 전기차 생산 기반의 확대를 위해 국내생산세액공제 등의 정책 지원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일 경기 화성 현대차·기아 기술연구소에서 업계 간담회를 열고 전기차 생산세액공제 지원과 관련한 국회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달 중 자율주행 기술력 강화와 핵심부품 연구개발 확대 등을 담은 '전기차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향후 과제는 세제 지원이 실제 국내 생산과 투자, 고용 유지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달 발표할 대책에 완성 전기차의 세액공제 대상 포함과 수출 물량 지원, 중소·중견 부품기업의 전동화 전환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담길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