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8일(일)

'태권도 종주국' 한국 어쩌다... 北 단독 유네스코 등재 사실상 확정

한국의 국기(國技)인 태권도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북한의 전통 무술'로 먼저 이름을 올리게 됐다. 종주국인 한국이 내부 갈등과 늑장 대처로 기회를 놓치는 사이, 북한이 단독 등재를 선점하면서 종주국 지위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5일 유네스코에 따르면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는 북한이 단독 신청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에 대해 등재 권고 판정을 내렸다.


최종 확정은 이달 30일부터 12월 5일까지 중국 샤먼에서 열리는 제21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이뤄지지만, 평가기구의 권고가 본회의에서 번복된 전례는 극히 드물다. 이로써 태권도는 아리랑, 김치 담그기, 씨름(남북 공동), 평양냉면, 조선 옷차림 풍습에 이어 북한의 6번째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다.


뉴스1


이번 결과는 수년간 이어진 우리 정부와 체육계의 늑장 대응이 빚은 참사다. 북한은 2024년 3월 이미 유네스코에 태권도 단독 등재 신청서를 냈다. 당시 손을 놓고 있던 정부는 남북 공동 등재 방안을 검토하다가, 올해 3월 말에 이르러서야 '한국의 도장 공동체 수련 문화'라는 명칭으로 뒤늦게 신청서를 제출했다.


앞서 2016년 유네스코 등재를 추진했고 2018년에는 남북 태권도 국제경기 단체가 공동 등재 협력에 합의했으나 끝내 공식 신청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국내 선결 조건으로 꼽히던 국가무형유산 지정 과정에서 역사성과 정통성을 둘러싼 학계 이견이 불거져 지정이 보류됐고, 남북 관계 악화까지 겹쳤다.


2021년 국기원이 특별팀(TF)을 꾸려 추진 동력을 살리려 했으나, 국내 후보 선정 잡음과 추진 주체 분산, 공동 등재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에 밀려 시간을 허비했다. 북한이 2017년 정조 대 무예서 '무예도보통지'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올리며 차근차근 문화적 정통성을 쌓아온 것과 대조를 이룬다.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한편 한국 정부가 단독 신청한 '한지 제작의 전통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은 대표목록 등재 권고를 받았다.


위원회는 한지가 기록, 인쇄, 공예 등 다방면에 쓰이며 공동체의 일상과 문화적 관습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닥나무 껍질을 원료로 삼는 한지는 과거 중국에서 ‘고려지’(高麗紙)로 불릴 만큼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현재 홍춘수, 김삼식, 신현세, 안치용 등 국가무형유산 한지장 보유자들이 명맥을 잇고 있다.


한지의 등재가 확정되면 한국은 2001년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시작으로 2024년 장 담그기 문화에 이어 총 24건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한국은 프랑스, 중국과 함께 다보유국으로 분류돼 2년 주기로 등재 심사를 받으며, 2028년에는 '인삼문화'가 등재 심사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