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며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지난 3일(현지시간) 실시된 투표 결과, 민주당은 공화당의 전통적 텃밭으로 여겨졌던 지역에서도 잇따라 승리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의회 권력을 확보했다.
4일 CBS뉴스 등에 따르면,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 모두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상원의 경우 선거 전 공화당 53석, 민주당 측 47석이었으나, 민주당이 공화당 의석을 최소 7석 빼앗으며 다수당으로 올라섰다.
민주당은 텍사스,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캔자스, 아이오와, 메인 등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 상원 의석을 탈환했다. 공화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됐던 텍사스와 캔자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정치 지형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하이오주에서는 민주당 셰러드 브라운 후보가 공화당 현역 존 허스티드를 제치고 상원의원에 선출됐다.
JD 밴스 부통령이 상원의원을 역임했던 이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메인주에서는 트로이 잭슨 후보가 약 30년간 공화당 현역 자리를 지켜온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을 꺾었다.
하원에서도 민주당은 과반 기준인 218석을 넘기며 다수당 지위를 확보했다. 선거구별 개표가 계속 진행되고 있어 최종 의석수는 변동될 수 있지만, 하원 다수당 지위 탈환은 확정됐다.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텍사스와 조지아, 오하이오, 아이오와 등에서 공화당이 차지했던 주지사직을 되찾았다.
조지아주는 첫 여성 흑인 주지사를 배출했고, 텍사스는 첫 여성 라틴계 주지사를 만들어냈다. 텍사스의 경우 1990년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이 주지사 선거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이 상·하원을 동시에 장악하면서 의회 조사권과 예산 심의권을 활용한 트럼프 행정부 견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외신은 민주당이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정책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회장 신축 공사현장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란 전쟁이 공화당의 선거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그는 이란 전쟁이 패배 원인이라는 J.D. 밴스 부통령의 평가에 동의하냐는 질문에 "대체로 맞다고 본다"며 "전쟁이 단기간 휘발유 가격을 조금 끌어올렸다"고 답했다.
밴스 부통령은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가 패배한 이유는 전쟁"이라며 상원 다수당 지위를 향후 6년간 잃을 만큼 전쟁이 가치 있었는지 논쟁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 자체가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다시 해야 한다면 다시 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그것이 유일한 해법이기 때문이다. 이란이 핵무기를 갖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을 주도한 헤그세스 장관의 경질 가능성도 일축했다. 그는 헤그세스 장관 교체 관련 질문에 "아니다. 그는 잘하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탄핵 추진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면 "민주당이 파멸하게 될 것"이라며 자신에게 탄핵당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의 선거 패배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약화를 의미한다는 해석에도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렸다면 공화당이 승리했을 것이라며 "지원 유세 현장에는 엄청난 열기가 있었지만 이를 후보들에게 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중간선거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에 따른 휘발유 가격 상승과 국정 운영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텍사스,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공화당의 전통적 강세 지역에서도 민주당 후보들이 승리하면서 정치 지형의 변화가 감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