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년간 모든 자동차는 오직 이동에만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 차는 역사상 처음으로 머무는 행위 자체에 집중한 하나의 움직이는 건축물이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가 제네시스의 플래그십 전기 SUV 'GV90' 실물을 직접 마주한 뒤 던진 일갈이다. 지난달 30일 유튜브 채널 '셜록현준'에는 '운전석을 돌리고 차의 공간 개념을 바꿨다 : 제네시스 GV90 리뷰'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유 교수는 차량 외관에서 불필요한 기교와 분할선을 걷어낸 미니멀리즘 설계에 주목했다. 보닛 파팅 라인을 헤드라이트와 일체화해 부드러운 곡면으로 완성한 외형을 두고 전통 달항아리를 닮았다고 짚었다.
차체 앞뒤 문 사이에 자리하던 중심 기둥인 B필러를 완전히 걷어내고 양문이 마주 보며 활짝 열리는 코치 도어 방식을 채택했다. 건축에서 하중을 지탱하는 기둥을 제거하는 작업만큼이나 까다로운 공학적 난제를 아치형 구조 설계와 천장부 에어백 배치로 해결했다.
실내 구조의 핵심 변화는 가구 배치와 공간의 일체화다. 유 교수는 모든 좌석이 전방만을 주시하도록 고정돼 앞뒤 위계와 단절을 강요하던 기존 자동차의 100년 묵은 틀을 깼다고 설명했다.
버튼 조작 하나로 앞좌석 운전석과 조수석이 180도 완전히 회전해 뒷좌석 탑승객과 마주 앉는 구조가 구현됐다.
양쪽 문을 활짝 열면 차 문이 담장 구실을 하며 외부 시선을 차단하고 실내외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약 2.5평(8.26㎡)에 달하는 독립적 휴식 공간이 완성됐다. 기단 위에 지붕을 얹어 마당까지 내 집으로 품어내는 한국 전통 가옥의 대청마루와 닮은꼴이다.
실내 바닥에는 전 세계 자동차 역사상 최초로 온돌 복사열 난방 시스템이 깔렸다. 뜨거운 공기 배출로 실내를 건조하게 만들고 발밑은 여전히 차갑던 기존 공조 방식의 고질적 한계를 극복했다.
여기에 비행기 비즈니스석 수준으로 눕혀지는 전동 리클라이너 시트와 마사지 기능, 25개에 달하는 뱅앤올룹슨 스피커와 전면 대형 디스플레이가 결합했다. 천장 틈새를 은은하게 비추는 간접 조명과 맞춤형 전용 조향 향기, 맞춤 작곡 음원까지 더해져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닌 오감을 충족하는 프라이빗 룸으로 거듭났다.
유 교수는 공간의 실질 가치는 머무는 시간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루 한두 시간 주행에 그치던 이동 수단을 넘어 주차하는 순간 언제든 거실이나 정자로 변모하는 공간적 확장을 이뤄냈다는 분석이다. 이동의 도구에서 라이프스타일을 담아내는 주거 공간으로 패러다임이 완전히 전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