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8일(일)

육아 연차 신청한 직원에게 "애는 남편이 보라고 해"... 법원 "직장 내 괴롭힘"

직장 상사가 육아를 위해 연차를 내려는 여직원에게 "아이는 남편이 보라고 해"라고 한 발언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됐다.


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A 씨가 서울시 산하 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감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구청에 재직 중이던 A 씨는 부하 직원에게 업무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나한테 설명하려 하지 마"라는 발언을 했다. 또 근태에 문제가 없는 직원에게 "늦게 왔네, 몇 시에 왔어"라며 트집을 잡았다.


특히 A 씨는 자녀를 돌봐야 하는 직원이 연가를 신청하자 "(자녀는) 남편에게 보라고 해"라고 말했다. 이처럼 A 씨는 여러 차례에 걸쳐 직원들에게 정신적 압박을 가하는 발언을 일삼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A 씨는 이 같은 행위로 감봉 징계를 받자 법원에 불복 소송을 냈다.


소송 과정에서 A 씨는 "부서장 입장에서 부하 직원의 반복되는 지시 불이행과 업무 관리 소홀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라며 "일상적인 대화 수준에 지나지 않아 징계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나한테 설명하려 하지 마'라는 발언은 업무 지시와 무관하게 직원의 태도를 질책하고 보고나 설명을 막는 행위로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런 발언은 상대방에게 부당한 압박감을 주고 업무환경을 위축시켰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늦게 왔네'라는 발언은 직원의 실제 지각이나 근태 문제를 지적한 게 아니라 일반 출근시간보다 더 일찍 출근하기를 바라며 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녀를 남편이 보라고 한 발언은 정당한 연가 사용을 어렵게 만들고 업무가 아닌 개인의 사생활에 간섭하는 지시"라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하고 공직 사회의 기강을 바로 세운다는 공익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감봉 처분이 A 씨의 비위 행위에 비해 과하다고 볼 수 없다"며 징계 수준이 적정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