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8일(일)

김동관 수석부회장 필리조선소 승부수 통했다...22개월 만에 '美 해군 함정' 건조 계약

2024년 12월 인수한 美 조선소서 2억6900만달러 상륙함 건조

美 해군 장관·의회 인사 만나온 김동관...추가 3척 건조 옵션도 확보


미국 해군 함정을 미국 땅에서 만드는 일.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은 미국 조선사업을 확대하며 이 구상을 그렸다.

이제 한화가 인수한 필리조선소에서 미 해군과 해병대가 운용할 중형상륙함을 만든다. 조선소 인수를 마친 지 약 22개월 만이다.


한화 필리조선소 / 사진제공=한화오션


지난 31일 한화디펜스USA와 미국 선박관리업체 토트서비스의 발표에 따르면 한화디펜스USA는 2억6900만달러 규모의 중형상륙함(LSM) 1척 건조 계약을 확보했다. 추가 3척을 건조할 수 있는 옵션도 포함됐다. 한화디펜스USA가 따낸 첫 미 해군 함정 신규 건조 계약이다. 


한화가 필리조선소 인수를 완료한 것은 2024년 12월이다. 당시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총 1억달러를 들여 미국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그로부터 2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 조선소에 해군 함정 건조 물량이 들어왔다. 상선과 정부 선박을 만들어온 조선소에서 군용 함정까지 건조하게 된 것이다. 


美 해군 장관부터 상원의원까지...김동관이 직접 만났다


김 수석부회장은 인수 전부터 미국 측에 한화의 조선 역량을 알리는 자리에 직접 나섰다.


2024년 2월 한국을 찾은 카를로스 델 토로 당시 미 해군 장관은 거제 조선소를 둘러보고 김 수석부회장을 만났다. 델 토로 장관은 그해 6월 필리조선소 인수 발표를 환영하는 공식 성명에서 이 만남을 언급했다. 한화의 기술과 생산 역량이 미국 조선업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밝혔다. 미국 현지 조선소를 확보하기 전부터 해군 수요자인 미국 측에 생산 현장을 보여준 셈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 / 뉴스1


접촉은 인수 이후에도 이어졌다. 이달에는 필리조선소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를 지역구로 둔 데이브 매코믹 미 상원의원이 거제 조선소를 방문해 김 수석부회장과 미국 조선업 추가 투자 기회를 논의했다.


매코믹 의원은 30일 현지시간 이번 함정 수주를 축하하는 발표에서도 김 수석부회장과의 면담을 소개했다. 한화가 지난해 발표한 필리조선소 50억달러 투자 계획을 거론하며 미국 조선업 생산 능력과 방위산업 기반 재건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조선소 인수 22개월, 경쟁입찰로 따낸 첫 함정


이번 계약은 미 해군이 조선소 선정과 건조 관리를 전문업체에 맡기는 선박건조관리자(VCM)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업 관리자인 토트서비스는 지난 7월 미국 내 자격을 갖춘 조선소들을 대상으로 경쟁입찰을 실시했고, 이 절차에서 한화디펜스USA를 첫 건조업체로 선정했다.


토트서비스가 공개한 선정 근거는 '경쟁력 있는 가격', '하도급 계약 조건 수용'이다. 한화가 확보한 미국 생산 거점이 현지 발주처의 가격·계약 조건을 맞추며 함정 건조 사업에 진입한 것이다. 


한화디펜스USA에 따르면 회사 인력은 올해 초부터 필라델피아 현장에서 해군 사업에 대비해왔다. 필리조선소가 토트서비스와 함께 국가안보다목적선(NSMV) 4척을 건조·인도하면서 쌓은 경험도 이번 사업에 활용한다.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한화 필리조선소 전경 / 한화 필리조선소


마이클 쿨터 한화디펜스USA 최고경영자(CEO)는 필리조선소 인수 이후 미 해군과 연방정부 고객을 위한 선박 건조에 대비해 인력과 기술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고 밝혔다. 납기와 예산을 지키며 함정을 인도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한화가 사들인 미국 조선소에서 이제 미 해군 함정을 만든다. 김 수석부회장이 미국 정·재계 인사들을 만나며 키워온 조선사업이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 것이다. 


첫 수주 다음은 건조...추가 3척 옵션도 확보


그룹 내 사업 운영 체계도 조정하고 있다. 한화디펜스USA는 지난 27일 필리조선소 경영권 지분 인수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기존 한화시스템 보유 지분 60%를 한화디펜스USA가 주도하는 합작법인으로 옮기는 구조다. 미국 방산 고객을 상대하는 현지 법인 아래 조선소 운영을 연결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미 해군과 해병대의 중형상륙함 도입 계획은 총 35척이다. 이번에 한화가 확정한 물량은 1척이며, 추가 3척은 옵션 행사에 달려 있다. 필리조선소의 건조 착수 예정 시점은 2027년 4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