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8일(일)

이세돌 "9세때 바둑으로 아버지 이겨... 기분 묘했다"

바둑기사 이세돌이 9세 때 처음으로 아버지를 이기고 느꼈던 복잡한 심경을 털어놨다.


지난 30일 오후 8시 30분에는 KBS2 예능 프로그램 '백수 이세돌'(연출 이명섭) 2회가 방송됐다. 이날 방송에서 이세돌은 요구르트 배달부터 한강 야외 수영장 폐장 청소까지 다양한 직업 체험에 도전했다.


이세돌은 만학의 전당 앞 명소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요구르트 대면 판매에 나섰다. 몰려드는 단체 주문 수량을 빛의 속도로 암산하며 '암산 천재'의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주소를 찾지 못해 허둥대거나 '벨 누르기 금지' 안내를 어겨 민원이 발생하는 등 인간적인 모습도 드러냈다.


KBS2 '백수 이세돌'


개그우먼 조혜련이 깜짝 등장해 상황을 반전시켰다. 조혜련은 수싸움 때문에 상대의 눈을 오래 바라보지 않는 이세돌의 대국 습관을 지적했다.


"손님의 눈을 5초간 바라보며 다가가야 마음이 열린다"는 특급 영업 비법을 전수했다. 조혜련의 밀착 지도와 이세돌의 암산 능력이 합쳐지자 조혜련은 "둘이 하니까 너무 잘 맞는다. 세돌아, 우리 같이 장사할까?"라며 즉석 동업을 제안했다.


세 번째 도전은 한강 야외 수영장의 폐장일 야간 청소였다. 이세돌은 수영장의 북적이는 분위기에 "사실 당황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놀라워했다. 하지만 자신의 딸과 비슷한 또래인 20대 청년 멘토들을 만나며 반가움을 표했다.


KBS2 '백수 이세돌'



이세돌은 본격적인 청소를 시작하며 승부사 본능을 발휘했다. 집요한 매의 눈으로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 그는 "상대의 숨겨진 수를 찾았을 때의 쾌감이 느껴진다"고 바둑기사다운 소감을 밝혔다.


샤워장 물때를 청소하던 중 이세돌은 어린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만 5세에 바둑에 입문해 9세 무렵 아버지를 처음으로 이겼던 기억을 꺼냈다. "아버지라는 거대한 존재를 이기고 난 뒤 마음이 묘했다"라며 당시 느꼈던 복잡하고 오묘한 심경을 담담히 밝혔다.


정재형은 "만일 나에게 아들이 있는데 그 아들이 5세, 6세에 작곡상을 받으면 그때 나의 마음이 어떨지 짐작조차 못 하겠다"라며 이세돌 아버지의 뿌듯함과 만감이 교차했을 마음을 헤아렸다. 장도연은 "어린 딸이 나보다 잘하면 나는 바둑판을 엎을 것 같다"라며 솔직하고 유쾌한 입담을 과시한 뒤, 미래의 딸을 향해 너스레를 떨며 사과해 웃음을 유발했다.


KBS2 '백수 이세돌'


이세돌은 청소의 마지막 관문인 거대한 어린이 풀장에서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미끄러운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지만 오뚝이처럼 곧바로 일어섰다. 놀란 청년들이 "괜찮으십니까?!"라며 달려오자 "무슨 일이 있었나요?"라고 의연하게 대처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세돌은 요구르트 배달부터 수영장 폐장 청소까지 쉴 틈 없이 구슬땀을 흘리며 일과를 마쳤다.


모든 일정을 마친 그는 "사람들에게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게 어려웠다"라며 솔직한 마음을 돌아봤다. 낯선 업무 과정에서 나온 자신의 실수를 너그럽게 이해해 주고, 마치 아들처럼 따뜻하게 대해준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런 따뜻한 기억들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라고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승부의 세계를 떠나 타인과 호흡을 맞춘 이번 작업에 대해 이세돌은 "함께하는 작업이야말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함께 마음을 열고 어울려 일하니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라고 가슴 벅찬 소회를 밝혀 보는 이들에게 훈훈한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