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의 아버지이자 현직 경찰관인 장모 경감(50대)이 증거인멸 방조 관련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범행 후 아들의 차량을 정리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장 경감은 "착한 아들이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게 납득되지 않았다"며 당시 심경을 전했다.
지난 28일 뉴시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12단독 이승연 부장판사는 이날 공무상비밀누설과 증거인멸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전 광주 광산경찰서 강력팀장 박모 경감과 당시 팀원 A경사의 재판을 진행했다.
증인으로 법정에 선 장 경감은 아들의 차량에서 혈흔을 닦아내고 케이블타이 등을 정리한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공용주차장에 세워둔 차량에 혈흔이 남아 있으면 누군가 차를 훼손하거나 해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에 혈흔을 제거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거를 인멸한다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장 경감이 '제3자가 범행했을 가능성'까지 의심했다면 오히려 증거를 보존해야 했던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장 경감은 "경찰의 현장 감식이 끝나 차량을 돌려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증거가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고 답변했다.
장 경감은 아들의 집에서 훼손된 리얼돌을 발견한 사실도 인정했다. 가슴 부위가 도려내진 모습을 보고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시에는 성범죄와 연관이 있다고 의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아들이 학창 시절 사용했던 휴대전화 여러 대를 불태운 것에 대해서는 "사용하지 않던 휴대전화 7~8대와 앨범 관련 물품, 책 등을 집안 정리 과정에서 함께 버렸다"고 해명했다.
장 경감은 경찰관 신분으로 수사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검사가 경찰관이어서 편의를 받은 것이냐는 질문에 "조금 편의를 봐준 것 같다"고 대답했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장 경감은 담당 경찰관 2명과 모두 46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는 이 과정에서 아들의 집 비밀번호와 차량 위치,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전달받았으며, 유치장 밖에서 별도로 아들을 면회하기도 했다.
재판을 마친 장 경감은 취재진과 만나 "그렇게 착한 아들이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게 저도 납득되지 않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증거를 없애더라도 친족이라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그 당시 저도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답했다.
숨진 이채원 양에게 미안하지 않으냐는 물음에 장 경감은 "미안합니다"라고 했고, 유족의 고통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