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토)

초등 후배 '성폭력 의혹' 벗은 기성용... 5억 손배소 2심도 승소

축구선수 기성용(37·포항스틸러스)이 자신에 대한 성폭력 의혹을 제기한 초등학교 축구부 후배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도 승소했다. 재판부는 의혹 제기자들이 성폭력 사실 존재에 대한 충분한 소명을 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로 기성용은 5억원 청구액 중 1억원을 배상받게 될 전망이다.


지난 23일 서울고법 민사13-3부(황진구·백강진·이규홍 부장판사)는 기성용이 초등학교 축구부 후배 A씨와 B씨를 상대로 제기한 5억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피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지난해 7월 1심은 기성용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A씨와 B씨가 공동으로 1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기성용이 10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에 위치한 2026 북중미 월드컵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훈련장인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6.6.11/뉴스1


재판부는 성폭력 사실의 존재를 주장하는 측이 이를 입증해야 한다는 법리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판단의 대상이 되는 적시사실"이라며 "특정되지 않은 기간과 공간에서의 사실 부존재가 문제되는 사건에서는 관련 법리에 따라 그런 사실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측에서 수긍할 만한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 측에서 그에 관한 소명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1심이 판단했고, 항소심에서의 추가 제출 증거와 증인 증언을 봐도 1심 판단이 타당하다"며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사건의 발단은 2021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와 B씨는 전남의 한 초등학교 축구부에서 활동하던 2000년 1월부터 6월 사이 선배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들은 가해자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주장 내용상 기성용을 지목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기성용은 같은 해 3월 A씨와 B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동시에 5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는 의혹이 사실무근이라며 결백을 주장했다.


수사기관의 판단 역시 기성용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년 5개월간 수사를 진행한 끝에 2023년 8월 A씨와 B씨에 대해 '혐의 없음' 결정을 내렸다. 경찰은 성폭력 의혹과 관련해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기성용 / 한국프로축구연맹


민사소송에서도 법원은 기성용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7월 기성용이 청구한 5억원 중 1억원을 인정하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만 이에 불복해 항소했고 B씨는 항소하지 않아, B씨에 대한 배상 판결은 이미 확정된 상태다.


이번 2심 판결로 기성용은 A씨와 B씨로부터 공동으로 1억원을 배상받게 될 전망이다. A씨가 상고할 경우 최종 확정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1·2심이 모두 같은 취지로 판결한 만큼 대법원에서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기성용은 국가대표 출신 축구선수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비롯해 3차례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스완지시티와 선덜랜드 등에서 활약했으며, 현재는 K리그 포항스틸러스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사건은 과거 학교 운동부 내 폭력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며 촉발됐다. 2021년 초 체육계 전반에서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여러 전·현직 운동선수들이 학창시절 겪은 폭력 피해를 폭로했으나, 일부 사례에서는 의혹 제기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법적 공방이 이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