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발리로 신혼여행을 떠나는 회사원 이모(32)씨는 최근 항공권 좌석표를 펼쳐놓고 일부러 아내와 떨어져 앉는 자리를 택했다.
3열 좌석(A-B-C) 기준 창가인 A석은 이씨가, 복도인 C석은 아내가 예매하고 가운데 B석은 비워둔 것이다.
나란히 붙은 좌석을 포기하고 일부러 떨어져 앉은 이유는 따로 있다. 만석이 아닌 비행기라면 가운데 자리가 끝까지 빈 채로 남을 확률이 높고, 그렇게 되면 세 자리를 부부 둘이서 독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좌석 선점 전략은 항공사 좌석 배정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역이용한 것이다. 항공사 예약 시스템은 승객이 좌석을 직접 고르도록 하거나, 체크인 단계에서 비어 있는 좌석 중 선호도가 높은 순서대로 자동 배정한다.
혼자 비행기를 타는 승객 대부분은 양옆으로 낯선 사람이 앉는 가운데 좌석을 가장 꺼린다. 창가 자리는 풍경을 보거나 벽에 기대 잠들 수 있고, 복도 자리는 화장실을 오가거나 다리를 뻗기 편해 선호도가 높지만, 가운데 자리는 이런 장점이 하나도 없다. 그 결과 좌석이 하나둘 채워지는 과정에서 가운데 자리는 항상 뒷순위로 밀리고, 탑승률이 100%에 가깝지 않은 이상 끝까지 공석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알고리즘의 허점
일행 두 명이 나란히 붙어 앉으면 당연히 셋째 좌석에는 다른 승객이 배정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창가와 복도로 떨어져 앉으면 시스템 입장에서는 가운데 좌석 하나만 비어 있는 상태가 되고, 뒤늦게 체크인하는 승객들은 이미 양옆에 사람이 앉아 있는 그 자리를 피해 다른 빈 좌석을 찾아간다.
평일 오전이나 심야 시간대, 비수기 노선처럼 탑승률이 낮은 항공편일수록 이 전략이 통할 확률은 더 올라간다.
공석이 많아 좌석 선택의 폭이 넓어질수록 가운데 자리를 자청해서 고르는 승객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런 현상을 '중간석 기피 효과'라고 부르는데, 좌석 선택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동일한 항공편에서도 창가와 복도의 사전 선택률이 가운데 좌석보다 3~4배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운이 따라줘 가운데 자리가 끝까지 비면 세 좌석을 사실상 통째로 쓸 수 있다. 팔걸이를 올리고 다리를 뻗거나 아예 누워서 가는 것도 가능해, 저가항공사의 유료 좌석 지정 비용을 내지 않고도 비즈니스석 못지않은 공간을 확보하는 셈이 된다.
최근 몇 년 새 저비용항공사들이 창가·복도석은 물론 일반 좌석에까지 지정 수수료를 매기는 추세여서, 추가 비용 없이 쾌적함을 누릴 수 있는 이 방법이 해외 여행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꾸준히 공유되고 있다. 일부 여행 유튜버들은 이 방식을 '가난한 사람의 비즈니스석'이라는 별명으로 소개하며, 실제 탑승 전후 좌석 배치 변화를 기록한 영상을 올려 수십만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만석땐 자리 교환
물론 100% 성공이 보장되는 방법은 아니다. 만석에 가까운 항공편이라면 가운데 좌석에도 결국 다른 승객이 배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손해 볼 게 없다는 점이 이 전략의 핵심이다.
가운데 자리에 낯선 승객이 앉게 되면, 일행인 두 사람 중 한 명이 "자리를 바꿔드리겠다"고 양보를 제안하면 된다.
가운데 자리에 앉은 승객 입장에서는 불편한 중간석을 벗어나 창가나 복도석으로 옮길 수 있는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결국 어느 쪽이든 일행 두 사람은 나란히 앉게 되거나, 운이 좋으면 세 자리를 모두 쓰게 되는 두 가지 결과만 남는 셈이다.
이 전략은 좌석을 무료로 직접 선택할 수 있는 항공사일수록 효과가 크다. 대형 항공사의 경우 온라인 체크인이나 예매 단계에서 좌석표를 보고 무료로 자리를 고를 수 있는 구간이 많아, 창가와 복도를 떨어뜨려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다만 저비용항공사 중에는 좌석 지정 자체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곳이 적지 않은데, 이런 경우에도 무료 좌석 배정 구간(랜덤 배정)이 있는 항공사라면 체크인 시점에 가운데 자리가 비어 있을 확률에 기대어 볼 수 있다.
반대로 사전 좌석 지정 시스템이 없거나 전 좌석 유료인 항공사에서는 이 전략을 쓰기 어렵다. 국내 저비용항공사 다수는 일반석 전 구간에 좌석 지정료를 부과하고 있어, 이 전략을 쓰려면 지정료를 감수하거나 랜덤 배정 구간을 확인해야 한다.
야간 노선서 유리
여행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좌석 배치가 특히 심야 비행이나 장거리 야간 노선에서 유용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승객들이 잠을 청하려 미리 좌석을 고르는 과정에서 가운데 자리를 피하는 경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반대로 명절이나 휴가철 성수기, 인기 관광지행 노선처럼 예약률이 높은 항공편에서는 가운데 좌석까지 빠르게 채워져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항공권을 예매할 때 좌석 점유율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좌석표를 참고해 빈자리가 많은 구간을 고르면 성공 확률을 더 높일 수 있다.
일부 항공사는 가족이나 동반 탑승객을 자동으로 인접 좌석에 배정하는 알고리즘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어, 이런 항공사에서는 예약 시점에 '동반자 없음'으로 설정하거나 좌석을 각각 별도로 예매해야 전략이 통한다.
체크인 24시간 전후로 좌석 배치가 재조정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출발 전날 다시 한번 좌석표를 확인해 가운데 자리가 여전히 비어 있는지 점검하는 것도 방법이다. 좌석 변경이 가능한 항공사라면 탑승 수속 카운터에서 빈 좌석 현황을 직접 물어보는 것도 세 자리를 확보할 확률을 높이는 실질적인 방법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