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08일(일)

너무 귀여워! 너무 짠해! 너무 섬뜩해!...'치이카와'의 치명적 매력

사랑스러운 외형 뒤에 숨겨진 서늘한 현실 풍자로 무장한 '치이카와(한국 방영명 먼작귀)'가 한·중·일 청년층의 소비 지형을 완전히 장악했다.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일본에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박스오피스 정점에 오른 데 이어, 한국에서도 정식 개봉 전 예매율 선두에 올라서는 등 신드롬 수준의 열기를 뿜어내고 있다.


'먼작귀'는 일본 작가 나가노가 2020년 SNS에 연재한 컷툰에서 출발했다. '뭔가 작고 귀여운 녀석'의 일본어 줄임말로, 2022년 1분 분량 숏폼 애니메이션으로 전파를 타며 팬덤을 불렸다.


정점은 지난 7월 일본에서 베일을 벗은 99분짜리 장편 '극장판 치이카와: 인어섬의 비밀'이다.


CJ ENM


해당 작품은 현지에서 누적 관객 10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1위를 차지했다. 오는 30일 국내 상영관에 걸리는 이 작품은 오늘(27일) 오전 기준 24%의 예매율로 전체 1위에 올라 추석 연휴 극장가 화제작들을 제쳤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도 지난 20일 TV 시리즈 일부를 공개하며 화력을 보탰다.


오프라인 소비 열풍도 거세다. 지난달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팝업스토어는 사전 예약 시스템이 열리자마자 전석 마감됐다.


7개월 전 문을 연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전문 매장은 평일 낮 시간대에도 2시간 이상 대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원작 속 캐릭터들이 돈을 벌기 위해 몬스터를 사냥하는 행위인 '토벌'은 팬들 사이에서 캐릭터 상품 쇼핑을 뜻하는 은어로 통용된다.


폭발적 인기의 이면에는 가혹한 생존 경쟁이 깔려 있다. 주인공 치이카와와 하치와레, 우사기는 숲의 잡초를 뽑거나 위험천만한 괴수를 잡는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꾸린다.


치이카와는 일당을 올려받을 수 있는 제초 자격증 시험에 두 번 연속 떨어졌고, 자격증을 먼저 딴 하치와레는 문짝도 없는 동굴에서 살며 몬스터 침입의 공포에 떤다.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치이카와샵’에서 파는 한국 한정판 굿즈들


라면집에서 일하는 캐릭터 시사는 상위 자격증 공부에 매달리면서도 해고 위기감을 떨치지 못한다. 미국 방송 CNN은 이를 두고 "입시 경쟁과 고용 불안정 등 사회적 압력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며 '디지털 진통제' 구실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단순한 서사 속에 불친절하게 배치된 복선과 어두운 설정도 마니아층을 끌어당기는 핵심 축이다.


캐릭터들이 음식을 얻는 과정이 식인 괴물의 공양물이라거나 귀여운 외양 속에 기괴한 영혼이 들어있다는 식의 해석이 온라인에서 확산한다. 김경수 영화평론가는 "숏폼 시대에 부합하는 캐릭터성에 빈틈 많은 텍스트가 더해져 독자들이 괴담을 양산하고 즐기는 재료가 된다"며 "대중성과 컬트적 소비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국내 스크린에 오르는 극장판 역시 높은 일당과 디저트를 내건 '인어섬 토벌'을 배경으로 출발해 중반 이후 기괴한 범죄와 죄의식을 조명한다. 엔딩 크레디트 이후 등장하는 쿠키 영상 또한 특유의 음산한 뒷맛을 남긴다는 평가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