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성공한 개인투자자'로 알려진 30대 남성을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 투자자는 120억원의 빚을 내고 타인 명의 계좌까지 동원해 코스닥 상장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뒤 62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18일 개인투자자 A씨(35)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범행을 도운 전업투자자 B씨(36)를 자본시장법 위반 방조 혐의로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20년 1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코스닥 상장사 C사의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고가매수주문과 가장매매, 통정매매 등 시세조종 주문을 1만5908차례나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간 C사 주가는 1만1800원에서 5만1100원까지 급등했다.
A씨의 범행 수법은 치밀했다. 그는 고급 와인과 미식 모임을 통해 사업가와 의사 등 26명과 인맥을 쌓았다.
이들에게 투자 수익을 나눠주겠다며 접근해 증권계좌 47개와 차액결제거래(CFD) 계좌 6개 등을 제공받았다. 여기에 코인업자와 사채업자 등에게서 빌린 돈만 약 120억원에 달했다.
A씨는 신용융자와 주식담보대출, CFD 등 레버리지까지 적극 활용했다. 검찰은 A씨가 실제로 매수한 주식 규모가 약 3400억원에 이르며, 범행 기간 관련 계좌에 입금된 금액이 745억원이었다고 밝혔다. A씨는 이를 바탕으로 C사 주식 보유 비중을 8%에서 40% 이상으로 늘리며 주가에 대한 영향력을 키웠다.
하지만 시장 환경이 악화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코로나19와 국외 분쟁 등으로 C사 실적이 나빠졌고, 2023년 5월 증권사의 반대매매가 발생하면서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검찰은 A씨가 담보가치 하락으로 반대매매를 막기 위해 친구인 B씨에게 통정매매 등을 부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다. C사 주가는 2023년 5월 4만5800원에서 2만2050원으로 불과 나흘 만에 반토막 났다.
이달 16일 기준 C사 주가는 6790원까지 떨어졌다. 검찰은 인위적으로 형성된 가격을 믿고 투자한 소액주주들이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고 판단했다.
A씨는 주가조작으로 벌어들인 돈을 개인 생활에도 사용했다. 검찰 조사 결과 A씨는 동거인의 고급 스파 사업 비용과 생활비 등에 범죄수익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고급 빌라에 거주하면서 매달 2000만~3000만원가량의 카드 대금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 A씨를 고발했고, 검찰은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관련자들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했다. A씨는 지난달 2일 구속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장기간 주가를 관리하면서 성공한 개인투자자 이미지를 구축한 뒤 레버리지를 확대해 범행을 이어간 전형적인 주가조작 사례라고 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주가조작 사범에 엄정하게 대응해 건전한 자본시장 질서가 확립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