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곡은 아이섀도 팔레트에 담겼고, 세제와 섬유유연제는 화장품 테스터처럼 놓였다. 평소 쿠팡 앱에서 가격과 리뷰를 보고 고르던 자체브랜드(PB) 상품들이 성수동에서는 색과 향, 촉감으로 먼저 다가왔다.
1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쿠팡 온리 페스타'. 입장 시간 전부터 건물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는 행사여서 방문객들은 휴대전화로 예약 내역을 확인한 뒤 차례로 입장했다.
입구에서는 색색의 쿠팡 에코백을 하나씩 나눠줬다. 빈 가방을 받아 들고 1층으로 들어서자 앱 화면에서 익숙했던 PB 상품들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펼쳐졌다.
온라인에서만 보던 쿠팡 PB가 성수동에서 처음 오프라인 공간을 채웠다.
가격 대신 색깔부터 보였다
1층 '그레인 팔레트'에는 검정콩과 현미 등 색이 다른 곡물이 칸칸이 나뉘어 담겼다. 멀리서 보면 색조화장품 진열대에 가까웠다. 바로 옆 '프레시 컬러바'에서는 빨강과 주황, 노랑, 초록, 보라색을 기준으로 과일과 채소를 나눠 놓았다.
앱에서는 상품명과 가격, 별점, 리뷰부터 확인하게 되지만 이곳에서는 색과 모양이 먼저 보였다.
쿠팡 PB 자회사 씨피엘비(CPLB)가 17일부터 20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행사는 2020년 출범 이후 처음 마련한 소비자 대상 오프라인 행사다.
곰곰·탐사·코멧 등 식품과 생활용품부터 패션·뷰티·문구까지 PB 상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상품을 늘어놓는 데 그치지 않았다. 1층부터 2층까지 10여개의 체험존을 마련해 제품을 만지고, 향을 맡고, 게임에 참여하도록 했다.
포토존에서는 방문객의 모습을 촬영한 뒤 AI 캐릭터로 바꿔 스티커로 인화해줬다. 사진을 찍고 게임을 즐기는 사이 자연스럽게 PB 상품을 접하도록 했다.
포토존과 게임, 굿즈 등 성수동 팝업에서 익숙한 체험 요소도 곳곳에 배치했다. 온라인에서는 가격과 배송 속도가 구매를 좌우했다면, 이곳에서는 향과 촉감, 색처럼 화면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요소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PB 뒤에 가려졌던 제조사도 앞으로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에는 작은 전시 공간이 따로 마련됐다. 1.5층 'CPLB 레코드'에는 전국 PB 협력 제조사를 LP 음반처럼 꾸며 전시했다.
수도권·강원권과 충청권, 영남권, 호남·제주권 등 지역별 제조 파트너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바로 옆 '파트너스 베스트셀러'에는 쿠팡 PB가 아닌 제조사 자체 브랜드 상품도 놓였다. 평소 곰곰이나 탐사 같은 PB 이름에 가려져 있던 제조사의 이름과 제품을 소비자 앞에 함께 꺼냈다.
이번 행사에는 전국 중소 제조사 120여 곳이 참여했다.
쿠팡이 PB 상품만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제조 파트너의 자체 브랜드까지 전면에 내세운 점도 눈에 띄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PB 납품을 넘어 자체 상품을 소비자에게 직접 알릴 수 있는 접점도 생겼다.
2층 올라가니 휴지가 빵집에 놓였다
2층에서는 진열 방식이 한 번 더 바뀌었다. 1층에서 식품을 화장품처럼 보여줬다면 2층에서는 생활용품과 문구, 패션 상품을 식품 매장처럼 꾸몄다.
'페이퍼 베이커리'에서는 휴지와 물티슈를 빵집 진열대에 올려놨다. '스위트 캔디숍'에서는 문구류를 사탕처럼 진열했고, '패션 그로서리'에서는 의류를 식료품 매대처럼 배치했다.
진열대를 구경하는 사이 체험 프로그램도 이어졌다. 정해진 무게에 맞춰 휴지와 물티슈를 담거나 문구류를 활용한 게임에 참여할 수 있었다.
체험을 마칠 때마다 코인을 받을 수 있었다. 모은 코인은 2층 테라스에 마련된 가챠 캡슐 뽑기와 인형뽑기에 사용했다.
가챠에서 캡슐을 뽑은 뒤에는 다시 1층 밖으로 내려가 상품으로 교환했다. 입장할 때 비어 있던 에코백에는 AI 스티커와 체험 상품, 교환한 경품이 하나둘 들어찼다.
물건은 가득한데 계산대가 없다
1층과 2층을 모두 둘러봤지만 행사장 안에서는 계산대를 찾을 수 없었다.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어도 현장에서 바로 결제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제품 주변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쿠팡 앱 상품 페이지로 연결됐다.
체험은 오프라인에서 하고 구매는 다시 앱에서 하는 구조다.
이번 행사는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팝업스토어라기보다 온라인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발견과 체험'을 오프라인으로 가져온 쇼룸에 가까웠다.
소비자는 현장에서 제품을 보고 향을 맡거나 직접 만져본 뒤 구매 여부를 결정하고, 결제와 배송은 기존 쿠팡 앱과 로켓배송을 그대로 이용한다.
18~19일 저녁에는 야외 마당에서 '곰곰식당'도 운영한다. 스테이크와 양념 닭발, 만두, 샐러드, 차돌 떡볶이 등 쿠팡 식품 PB를 활용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행사장을 나설 때 입장 전 받았던 에코백은 AI 스티커와 체험 상품, 가챠에서 받은 경품이 하나둘 들어차 있었다.
가격과 리뷰로 고르던 쿠팡 PB를 직접 보고 만져본 뒤 다시 앱에서 주문하는 과정이 성수동 한 공간 안에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