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저녁 10시에 선포한 것은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회 대응 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17일 윤 전 대통령은 서울고등법원 형사12-1부(이승철 조진구 김민아 재판장)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사건 항소심 속행 공판에서 직접 발언권을 얻어 계엄 선포 시간에 대한 입장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5·18 당시 신군부의 계엄 선포 방식을 거론하며 "대학시절 경험이지만 그때는 밤 12시에 국무회의를 하고 계엄을 선포했다"고 회고했다.
당시에는 대국민 담화도 없었고 장관이 광화문 중앙청 기자실 칠판에 계엄 선포 내용을 공지하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국민들이 잠들기 전에 방송으로 알려야 하고 국회도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최소한 밤 10시에는 대국민 담화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더 일찍 계엄을 선포했을 경우 퇴근 시간과 겹쳐 혼란이 커질 수 있었고, 전국 주요 도심에서 시위가 발생해 막대한 병력과 경찰력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그는 "악의를 품었다면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며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대통령실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정쯤 담화해도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굳이 담화할 필요도 없이 옛날처럼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기자실에 계엄 공고문을 붙여도 되는 것 아니었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국민 피해를 가장 줄이고 혼란을 최소화하며 질서 유지 병력도 최소화하면서 국회가 대응할 수 있도록 선포 시간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헌법 절차를 최대한 준수하고 불상사를 막으려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계엄을 여러 차례 해봤다면 더 완벽하고 꼼꼼하게 진행했을 것"이라며 "45년 만의 계엄 선포였기에 나름대로 고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은 비상계엄이 국가권력 독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야당의 전횡을 국민에게 경고하기 위한 '메시지성 계엄'이었다는 기존 주장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윤 전 대통령은 1심에서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국회에 군병력을 투입한 행위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