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0일(일)

캐나다인들의 '미국 불매 운동' 본격화..."아메리카노 말고 캐내디아노"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무역 정책과 영토 병합 발언이 촉발한 캐나다 내 반미 정서가 소비자 선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인들은 미국산 제품을 외면하고 자국산 제품을 찾는 '지갑 투표'에 나서고 있다.


지난 13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는 캐나다인들이 미국 제품 불매와 캐나다산 소비 확대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초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될 것"이라고 발언한 이후 본격화됐다. 당시 오타와의 한 카페는 메뉴판의 '아메리카노'를 '캐내디아노'로 바꿔 표기해 주목받았다.


CTV News Ottawa


통계 지표도 이런 변화를 뒷받침한다. 캐나다 통계청의 6월 자료를 보면 캐나다인의 미국 여행은 2024년 동월 대비 25% 감소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올해 초 발표한 분석 보고서에서 미국산 제품 기피 현상이 "크지 않지만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캐나다산 제품 찾기 운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페이스북의 '메이드 인 캐나다' 그룹 회원 수는 지난해 초 30만 명 미만에서 현재 140만 명을 돌파했다. 그룹 회원들은 얼굴 보습제, 단백질 바, 반려동물 사료, 속옷, 비디오게임 등 생활 전반의 제품에서 캐나다산 대안을 공유하며 정보를 나누고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런 국민들의 움직임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카니 총리는 "캐나다산 제품을 사고 캐나다에서 여행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행동"이라며 자국민들의 선택을 높이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GettyimagesBank


현지 생산자들은 이런 분위기를 기회로 삼고 있다. 농장주 팀 배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수위가 높아질 때마다 매장과 슈퍼마켓의 주문 문의가 쏟아진다"고 말했다.


불매 대상은 일상 소비재를 넘어 디지털 서비스까지 확대되는 추세다. 일부 소비자들은 어도비, 구글 워크스페이스, 줌 같은 미국 기술기업의 서비스를 캐나다나 유럽 기업 제품으로 전환하고 있다.


다만 모든 미국산 제품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메이드 인 캐나다' 정보를 공유하는 주요 플랫폼인 페이스북 자체가 미국 기업이다. 원산지를 꼼꼼히 확인해도 식재료나 기호품 중 일부는 마땅한 캐나다산 대안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 갈등이 지속되면서 캐나다인들이 소비와 여행을 통해 '지갑으로 투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