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모임과 데이팅 앱을 통해 여성들을 만나 수십억원대 사기를 친 40대 남성이 경찰의 추적망을 피해 달아난 상태다. 전과 4범의 이력을 가진 이 남성은 유명 증권사 임원 행세를 하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MBC 실화탐사대 최근 방송에 따르면, 피의자 전재현 씨(가명·40대)는 독서모임과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피해자들에게 다가갔다.
183cm의 키에 깔끔한 복장을 갖춘 전 씨는 스스로를 호주 유학파 출신 증권사 부장 또는 선물거래 전문가로 소개했다.
그는 피해자들과 하루 수십 차례 통화하며 세심한 관심을 보여 신뢰를 쌓았다. 전 씨는 피해자들에게 "너를 약혼자로 올릴 테니 회사 지원 신용카드로 카드값을 대주겠다"라며 결혼까지 약속했다.
교제가 시작된 후 전 씨는 본격적으로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차명 주식이 걸려 추징금을 내야 한다"거나 "거래처 계약금이 부족하다"라는 명목을 내세웠다.
피해자들이 자금이 없다고 하자 대출 및 가상화폐 계좌 개설까지 강요했다. 피해자 강 씨는 "주식을 사서 차명으로 걸렸는데 이득 본 금액의 5배에 달하는 추징금을 맞았다고 했다"라며 "솔직히 큰 돈이고 그 돈을 돌려받고 싶어서 옆에 있으려고 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 씨는 확보한 자금으로 인터넷 도박에 빠져들었고, 손실이 커지자 피해자에게 해외 원정 도박까지 요구했다.
강 씨는 "카드값이 2000만원, 3000만원씩 나왔다"라며 "자기는 경찰 추적을 받고 있으니 나더러 싱가포르로 가라고 했다"라고 전했다. 강 씨는 1000만원을 들고 싱가포르 카지노로 건너가 룰렛 배팅을 했지만 대부분의 돈을 잃었다.
전 씨는 한 피해자에게서 뺏은 돈을 다른 피해자에게 조금씩 나눠주는 돌려막기 수법을 사용했다.
피해자 우 씨는 "이 여자가 돈 없다고 징징거리면 이쪽으로 주고, 저 여자가 없다고 하면 저쪽에 조금 줬다"라며 "죽지 않을 만큼 찔끔찔끔 주면서 피해자들 돈으로 돌려막았다"라고 증언했다. 돈을 요구하면 전 씨는 "죽고 싶다 진짜, 어떻게 먹은 돈인데"라며 감정적으로 호소하거나 폭력성을 드러냈다.
피해자들이 전 씨가 다닌다던 증권사를 직접 찾아가면서 거짓이 탄로났다. 해당 회사에는 전 씨의 근무 이력이 없었고 명함 역시 위조된 것이었다.
피해를 입은 여성은 최소 8명이며, 피해액은 30억원을 초과한다. 전 씨는 친모 명의 통장과 휴대폰까지 범행에 활용해 모친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었다. 전 씨의 모친은 "나를 만신창이로 해놓고 갔다"라며 "지가 죄를 짓고 갔으면 죄를 받아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전 씨는 과거에도 동일한 수법으로 처벌받은 전과 4범이었다. 2019년에도 여성 4명에게 1억9000만원 가량을 편취해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수감 당시 일기장에 "다신 징역 살지 말자"라고 적었지만 출소 후 곧바로 가명을 사용해 범행을 재개했다. 피해자 이 씨는 "강남경찰서에 가서 보니 나 말고 여자친구가 그때 당시에 본 사람만 4명이었다"라며 "그때 이미 전과 4범인 걸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피의자가 범행 행위 자체에서 만족감을 얻는 상태라고 분석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 과정에서 쾌감을 느끼는 행위 중독 성향이 강하다"라며 "돈의 유무는 나중 문제고 이걸 계속해야 쾌락을 느끼기 때문에 빨리 잡지 않으면 피해자는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지명수배가 내려진 상태에서도 전 씨의 행방은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경찰 수사는 수사 중지 상태에 놓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