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0일(일)

'경산 친구 살해' 정재환 "술 취해 기억 안나"

경산에서 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재환(24)이 범행은 인정하되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며 살인 고의를 부인했다.


지난 11일 대구지법 형사12부(재판장 정한근 부장판사)는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정재환(24)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을 열었다.


정씨는 지난해 7월 4일 오전 3시 40분쯤 경북 경산시 하양읍 자신의 집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중 친구를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정씨 측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살인·상해·절도 혐의에 대한 범행 행위 자체는 인정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며 살인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정재환 / 경북경찰청


변호인은 "피고인이 고인을 살해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라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가 변호인과 같은 입장인지 묻자 정씨는 "네"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기억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범행 고의가 없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원론적으로 기억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범행에 대한 인식이나 고의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며 "피고인의 경우 범행 후 사진을 찍는 등의 행위도 했기에 범행의 정황 등을 모두 살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정씨에 대한 정신감정이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감형받기 위해 만취 상태를 주장하며 정신감정을 신청했다"며 "만취한 상태에서도 자신이 다른 사람을 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심리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심신미약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감정을 통해 피고인의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 기록을 검토한 뒤 정신감정이 추가로 필요한지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재판부는 정씨 측이 신청한 양형 증인은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다만 탄원서 제출은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피해자 유족과 친구들이 이날 법정에 참석했다. 재판 과정에서 일부 방청객들은 눈물을 흘렸다. 피해자 아버지는 법정에서 "저희 아들은 아주 평범한 학생이었다. 군대 보낸 기간을 빼고 제 품에서 다 키웠다"며 "그런 자식이 거리에서 로드킬 당한 동물보다도 못하게 죽었다"고 말했다.


피해자 아버지는 "유족의 심정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며 "자기 자식이 죽고 손자가 죽는 일을 겪어보면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처참하게 죽어 아들의 손도 잡아보지 못했다. 매일 사진 하나를 보면서 평생 죄인처럼 살아야 한다"며 "쓰레기는 치워달라"고 정씨에 대한 엄벌을 요구했다.


정씨는 범행 과정에서 다른 친구를 폭행한 혐의와 범행 이후 인근 편의점에서 바나나우유 2개를 훔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다음 공판은 10월 2일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