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비전 2030' 선포 후 CFE·송배전 투자...상반기 영업익 9010억원
LS전선 수주잔고 9조5535억원 역대 최대....하반기 9254억원 전망
전선과 변압기는 오랫동안 산업의 뒤편에 있었다. 공장을 돌리고 도시에 불을 켜는 데 빠질 수 없었지만, 반도체나 배터리만큼 화려한 대접을 받지는 못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집어삼키고 세계 각국이 낡은 전력망을 갈아엎기 시작하면서 풍경이 달라졌다. 전력 사업을 오래 붙들고 있던 LS의 시간이 왔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2023년 1월 '비전 2030'을 꺼내 들고 전력을 그룹의 다음 먹거리로 다시 못 박았다. 8년간 20조원 이상을 투자해 그룹 자산을 25조원에서 50조원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해저·초고압 케이블과 송·배전 솔루션, 전력 인프라 관리 사업을 강조했다.
3년여가 지나 숫자가 나왔다. 지주회사 ㈜LS가 올해 상반기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9010억원. 구 회장이 공들여온 전력기기와 전선 사업이 힘을 발휘했다.
11일 SK증권은 LS의 하반기 연결 영업이익을 9254억원으로 전망했다. 상반기보다 2.8% 많다. 3분기 4610억원에 이어 4분기에도 4650억원을 벌어들일 것으로 봤다. 전망이 현실화하면 LS는 올해 상·하반기 모두 9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다.
구 회장은 2023년 '탄소 배출 없는 전력'을 뜻하는 CFE를 그룹의 새 간판으로 걸었다. 2030년까지 그룹 자산을 당시 25조원에서 50조원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해저·초고압 케이블과 송·배전 솔루션, 전력 인프라 관리, 통신 케이블 등이 투자 계획에 담겼다.
LS는 이후 LS ELECTRIC의 사업 범위를 배전에서 송전으로 넓혔다. LS전선은 해저·초고압 케이블 수주를 쌓았고 북미에서는 데이터센터용 케이블과 버스덕트 공급을 늘렸다. 전력 수요가 몰리자 앞서 넓혀둔 사업이 매출과 이익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LS ELECTRIC 3분기 영업익 1852억원...북미 수주 1.2조원
올해 3분기 실적을 먼저 끌 회사는 LS ELECTRIC이다. SK증권은 LS ELECTRIC의 3분기 영업이익을 전 분기보다 3.8% 늘어난 1852억원으로 예상했다. 기존 배전기기 사업에 초고압 변압기 등 송전 제품을 붙인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북미 데이터센터에서 들어오는 주문도 커졌다. LS ELECTRIC의 북미 빅테크 데이터센터 관련 수주 규모는 지난해 약 800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약 1조2000억원으로 늘었다. 반년 만에 지난해 연간 수주액의 1.5배를 채웠다.
LS ELECTRIC은 초고압 변압기부터 고압·저압 배전반, 전력관리시스템까지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설비를 한꺼번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을 겨냥한 800V 직류 전원 인프라 실증에도 들어갔다.
LS ELECTRIC이 전력기기로 앞에서 끌면 LS전선은 쌓아둔 수주를 매출로 바꾼다.
LS전선 수주잔고 9조5535억원...4분기 테네트 매출 가세
LS전선의 2분기 연결 수주잔고는 9조5535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SK증권은 지중케이블과 버스덕트 판매가 늘고 수익성도 좋아지면서 3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9.9% 증가한 1553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4분기부터는 유럽 전력망 운영사 테네트에 공급하는 케이블 매출도 본격적으로 잡힌다. 수주한 물량이 공장 가동과 매출로 넘어오면서 하반기 실적을 받쳐주는 구조다.
LS전선 자회사인 가온전선도 미국 전력망 투자와 AI 데이터센터 건설 물량을 받고 있다. 가온전선은 올해 상반기 매출 1조6330억원, 영업이익 64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8% 늘었다.
LS아이앤디는 전기차와 변압기용 권선 수요 증가로 3분기 영업이익 540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LS MnM도 제련수수료 부진을 황산 가격 상승으로 메우며 3분기 82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됐다. 오는 11월 전구체 시설을 완공하고 내년 1분기에는 인도네시아 니켈제련소 가동을 시작한다.
실적이 커진 만큼 지주회사 할인도 다시 거론된다. SK증권이 계산한 LS의 지분가치는 22조8950억원, 순자산가치는 22조4820억원이다. 지난 10일 시가총액 10조310억원과 비교하면 할인율이 55.4%에 달한다.
LS는 전체 발행주식의 12.3%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교환사채 교환 대상인 1.2%를 빼면 11.1%가 소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LS는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에도 각각 1.6%씩 자사주를 소각했다.
SK증권은 LS ELECTRIC 주가 하락분을 반영해 LS 목표주가를 기존 63만원에서 54만원으로 낮췄다. 그래도 지난 10일 종가 32만1500원보다 68% 높은 수준이라며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하반기 9254억원 전망이 현실화하면 LS는 올해 두 개 반기 모두 9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