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그룹의 '정원주 체제'가 자리 잡는 가운데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의 두 자녀도 그룹 핵심 계열사에서 경영 경험을 쌓고 있다.
1998년생 장남 정정길 대우건설 상무와 2000년생 장녀 정서윤 씨다. 각각 28세, 26세로 아직 젊지만 사업구조 변경과 투자 판단 등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는 미국 개발사업은 두 사람이 사업 전반을 익힐 수 있는 경험의 장이 되고 있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정길 상무는 현재 대우건설에서 미주 개발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2021년 중흥건설에 입사한 정 상무는 이듬해 대우건설로 옮겨 전략기획 업무 등을 거쳤다. 2023년 상무B로 승진한 데 이어 지난해 상무A에 올랐고, 최근에는 북미 개발사업 확대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장녀 정서윤 씨도 지난 3월 대우건설 미국 투자법인 DUSAI에 합류했다.
이에 앞서 정원주 회장의 뉴욕·뉴저지 출장에 동행해 쿠슈너 컴퍼니와 톨 브러더스 시티 리빙, EJME 등 현지 부동산 기업 관계자들과의 미팅에도 참석했다. 대우건설은 정서윤 씨가 현지에서 사업개발과 투자 검토 등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장남이 국내 본사에서 미국 개발사업을 맡고, 장녀는 현지 투자법인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구조다.
두 사람이 경험하고 있는 미국 사업은 단순한 해외 시공과는 성격이 다르다. 부지 확보부터 사업성 검토, 투자 판단, 금융조달, 인허가, 현지 파트너 선정까지 개발사업 전반을 직접 챙겨야 한다.
대표적인 사업이 미국 뉴저지주 팰리세이즈파크 주거개발 프로젝트다.
대우건설은 지난 6월 약 2억9100만달러 규모의 이 사업에 투자를 결정하며 약 20년 만에 미국 부동산 개발시장에 본격적으로 복귀했다.
첫 사업부터 변수도 생겼다. 당초 현지 개발사 타마레스와 합작법인(JV)을 구성할 예정이었지만 협상이 무산되면서 대우건설 측이 토지를 단독 매입했고 현재 새로운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
사업구조 변경과 투자 판단을 직접 경험해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 사업은 두 사람이 개발사업 전반을 익힐 수 있는 무대가 되고 있다.
경력과 지분만 놓고 보면 현재 장남 정정길 상무의 그룹 내 역할이 상대적으로 더 구체화돼 있다.
정 상무는 이미 대우건설 임원으로 미주 개발사업이라는 명확한 보직을 맡고 있다. 가족회사인 다원개발과 새솔건설 지분도 각각 20% 보유하고 있다. 반면 정서윤 씨는 두 회사 지분을 각각 5% 보유하고 있으며 대우건설에서의 경력은 이제 시작 단계다.
두 사람 모두 아직 20대인 만큼 지금부터 장래 역할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현재로서는 장남이 본사에서 먼저 경영 경험을 쌓기 시작했고 장녀가 미국 현지 사업에 합류하며 뒤따르는 모습에 가깝다.
두 자녀가 같은 미국 시장에서 각기 다른 위치에서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중흥그룹 3세들이 경영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지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단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