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남성 2명을 살해하고 4명에게 중상을 입힌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김소영(20)이 범행 전후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를 이용해 치사율과 처벌 수위를 치밀하게 탐색한 정황이 드러났다. 법원은 김소영이 AI와 나눈 대화 기록을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로 채택했다.
지난 8일 공개된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김소영은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서 챗GPT에 약물 검출 여부와 사망 위험성을 집요하게 질의했다.
지난해 12월 첫 피해자가 약물 음료를 마시고 의식을 잃어 응급실로 실려 간 직후, 김소영은 챗GPT에 "약물 검사에서 항우울제랑 수면제 나올까?"라고 물었다. 이후 의식을 회복한 피해자가 경찰 신고 의사를 밝히자 "과거 수면제와 항우울제를 처방받았고, 범죄를 자 저질렀는데 나를 의심하지 않을까", "내가 먹인 건지 경찰이 오해할까 봐 불안하다"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한 알리바이를 모색하는 대화를 이어갔다.
김소영의 범행 모의는 갈수록 대담해졌다. 올해 1월 또 다른 피해자를 만나기 직전 김소영은 챗GPT에 "수면제 많이 먹는다고 사람이 죽냐"고 물었고, "최악의 경우 사망할 수 있다"는 경고성 답변을 받았다.
치사 위험을 명확히 인지했음에도 과실치사나 유기치사로 기소될 경우 받게 될 법정형 수위까지 구체적으로 계산했다. 질문을 던진 당일 김소영은 모텔 객실에서 쓰러진 피해자를 방치한 채 빠져나왔고, 피해자는 끝내 숨을 거뒀다.
재판부는 김소영이 챗GPT를 통해 약물 과다 투여의 치명적 결과를 사전에 인지하고 학습했다고 판단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고인의)내심 의사(속마음과 의도)가 챗GPT에 거울처럼, 호수처럼 쌓이고 있다. 미필적 고의를 입증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라고 짚었다. 지난달 27일 1심 재판부는 김소영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나, 김소영은 판결 선고 바로 다음 날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