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상파 방송사 ABC의 대표 심야 간판 프로그램 '지미 키멜 라이브!'가 2027년 5월 종영을 앞두고 계약 종료 수순에 들어갔다. 방송을 이끌어온 진행자 지미 키멜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24년간 지켜온 마이크를 내려놓게 됐다.
8일(현지시간) 미국 연예 매체 '페이지식스'는 업계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키멜의 계약 연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번 가을 시작되는 새 시즌이 프로그램의 마지막 시즌이 될 것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키멜은 2003년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데이비드 레터맨과 자니 카슨의 뒤를 잇는 미국 공중파 최장수 심야 토크쇼 진행자 중 한 명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하차 결정은 키멜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사이의 오랜 갈등보다는 디즈니 본사의 비용 절감 정책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키멜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를 향한 거침없는 풍자 발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해고 요구를 받았고, 당시 밥 아이거 전 디즈니 최고경영자(CEO) 체제에서 일시 방송 출연이 중단되는 혼역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새로 지휘봉을 잡은 조시 다마로 디즈니 최고경영자는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 인사로 전해졌다.
내부 관계자는 "다마로 경영진은 행정부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정치적 외압에 물러서지 않는다"고 전했다.
대신 다마로 체제의 디즈니는 최근 전사적인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베테랑 임원진을 대상으로 조기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등 대규모 예산 삭감 작업을 벌이고 있다. 프로그램 폐지 움직임 역시 이 같은 경영 효율화 조치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방송사 측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ABC 엔터테인먼트 대변인은 페이지식스에 "해당 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프로그램의 미래에 대한 현재의 모든 언급은 순전히 추측에 불과하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키멜은 방송계 관행과 달리 1년 단위의 단기 계약을 맺으며 프로그램 진행의 유연성을 확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 키멜의 공백 기간 동안 객원 진행자로 나섰던 코미디언 로지 오도널은 트럼프 대통령을 패러디한 노래를 선보이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송 직후 ABC와 모기업 디즈니는 방송 면허 심사를 조기에 추진하려던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를 상대로 표현의 자유 침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5월 CBS가 스티븐 콜베어가 진행하던 '더 레이트 쇼'를 전격 종영한 데 이어 지미 키멜까지 마침표를 찍을 경우 미국 심야 토크쇼 생태계는 20년 만에 가장 큰 지각변동을 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