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1일(월)

ESS가 받치고 호르무즈가 밀었다...SK이노베이션, 나흘새 22% 반등

SKIET 합병 발표 직후 11.04% 급락...네오볼타 9GWh 계약 공개하며 낙폭 만회

미·이란 교전 재개에 브렌트 94.65달러...합병 발표 전 종가보다 8.2% 높아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다시 품는다는 공시에 11% 밀렸던 SK이노베이션 주가가 나흘 만에 22% 튀어 올랐다. 사흘째 공개된 SK온의 미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주가 합병 발표 전 주가를 되찾게 했다. 마지막 상승은 호르무즈가 밀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전날 13만5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7.81% 올랐다. SKIET 합병 발표 직후인 지난달 26일 종가 11만1200원과 비교하면 네 거래일 만에 21.7% 상승했다. 개장 직후인 오전 9시 5분 기준으로는 전 거래일보다 0.30% 하락한 13만4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합병 발표 전날인 25일 종가는 12만5000원이었다. SK이노베이션 주가는 31일 12만5500원으로 이 가격을 넘어섰고, 이튿날에는 8.2% 위까지 올라갔다. 52주 최저가와 비교한 상승률보다 합병 발표 전후의 변화가 더 컸다.


합병 발표 직후 시장 반응은 격했다. SK이노베이션이 SKIET를 흡수하고 SKIET 보통주 1주당 SK이노베이션 보통주 0.117454주를 교부하기로 하자 주가는 하루 만에 11.04% 떨어졌다. 거래량은 422만주로 전날 48만주의 8배를 넘었다. SKIET 손실을 모회사가 직접 떠안고 신주 발행으로 기존 주주 지분이 희석된다는 우려가 한꺼번에 반영됐다.


주가는 바닥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27일 0.72%, 28일 4.38% 오른 뒤 31일에는 상승폭이 7.36%로 커졌다. 하락의 출발은 합병이었지만 반등의 재료는 합병 밖에서 들어왔다.


전기차가 비운 라인, ESS 9GWh가 채운다


SK온은 지난달 31일 미국 ESS 업체 네오볼타 파워와 9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셀 공급계약을 공개했다. 계약은 27일 서울 종로구 SK온 관훈캠퍼스에서 체결됐다.


SK온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네오볼타에 LFP 파우치형 배터리 셀을 공급한다. 배터리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에서 생산한다. 전기차용 배터리를 만들던 기존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돌려 공급 물량을 맞춘다.


계약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약 1조5000억원으로 추산한다. 이를 계약기간으로 나누면 연평균 3000억원이다. SK온 배터리사업의 올해 2분기 매출 2조9460억원을 연간으로 환산한 금액의 약 2.5%다.


숫자 하나만으로 SK온이 SK이노베이션의 이익을 책임지기는 어렵다. 시장이 먼저 본 것은 공장이었다. 미국의 전기차 수요 둔화로 가동 부담이 커진 조지아 생산라인에 5년치 LFP 물량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SK온은 지난해 미국 플랫아이언 에너지 디벨롭먼트와도 최대 7.2GWh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다. 네오볼타 계약까지 더하면 공개된 미국 ESS 공급 물량은 최대 16.2GWh로 늘어난다. SK온이 올해 제시한 글로벌 ESS 수주 목표는 20GWh 이상이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배터리 시장에는 두 개의 길이 갈렸다. 지난해 9월 말 EV 구매세액공제가 종료되면서 전기차 수요에는 부담이 커졌다. 미국에서 생산한 배터리 셀에 킬로와트시(kWh)당 35달러를 지급하는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는 남았다.


SK서린사옥 /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중국산 비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에 부과하는 미 무역법 301조 관세도 올해 25%로 올랐다. 중국산 배터리가 장악한 미국 ESS 시장에서 현지 생산능력을 갖춘 한국 업체가 들어갈 틈이 넓어졌다. 다만 올해부터 AMPC에는 중국 등 금지외국기업과 관련된 원재료·부품 기준이 추가됐다.


SK온은 연내 네오볼타와 추가 9GWh 협력 계약도 추진한다. 첫 계약과 구조는 다르다. SK온이 셀을 공급하면 네오볼타가 팩으로 조립하고, SK온이 완성된 팩을 다시 사들이는 방식이다. 현재 확정된 외부 공급계약은 첫 9GWh다.


효자라는 말은 아직 이르다. 다만 전기차 수요가 비운 라인에 채울 물량은 들어오기 시작했다.


SK온 배터리사업은 2분기 82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7개 분기 만의 흑자다. 고객사 보상금과 AMPC가 포함된 실적이어서 반복 여부는 더 확인해야 한다. ESS 공급이 시작되는 2027년부터는 가동률과 제조원가가 손익을 가른다.


SK온 수주가 합병 충격으로 밀린 주가를 원위치시킨 다음 날, 기존 에너지사업에서 두 번째 재료가 들어왔다.


러시아가 조이고 호르무즈가 밀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말 약 한 달 만에 직접 공격을 주고받았다.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 일대 이란혁명수비대 시설을 타격하자 이란도 중동 내 미군기지를 겨냥해 보복했다. 해협을 빠져나오던 유조선 피격 소식까지 더해졌다. 브렌트유는 1일 4.6% 오른 배럴당 94.65달러에 마감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2% 상승한 90.22달러로 올라섰다. 두 유종 모두 5주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증시에서는 정유주가 함께 움직였다. S-Oil은 5.00%, GS는 2.28% 올랐다. SK이노베이션의 7.81% 상승 가운데 상당 부분이 국제유가와 석유제품 공급 차질에 반응한 정유업종의 움직임과 겹친다. 여기에 전날부터 이어진 ESS 수주 기대가 상승폭을 더했다.


호르무즈만 움직인 것은 아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정유시설 공격으로 자국 내 연료 공급이 줄자 디젤과 선박연료 등의 수출 금지를 9월 말까지 연장했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원유 생산량 전망치를 하루 988만배럴로 낮췄다. 2009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한국 정유사에는 원유보다 석유제품 공급 감소가 더 직접적이다. 러시아와 중동에서 경유·항공유 공급이 줄면 제품가격이 원유가격보다 빠르게 오른다. SK에너지의 수익을 가르는 정제마진도 이 차이에서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2분기 실적에서는 이미 같은 구조가 반영된 바 있다. SK에너지는 651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 가운데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이 약 5600억원으로 86%를 차지했다. 윤활유사업을 맡은 SK엔무브의 영업이익은 6919억원이었다. 전 분기보다 5034억원 늘었다. 중동 경쟁사의 공급 차질로 고급 윤활기유인 그룹Ⅲ 제품 마진이 뛰었다.


물론 '고유가=이익' 산식이 무조건 맞지는 않다. 원유가격이 오르면 재고이익이 생기지만 원유 도입대금과 운임, 보험료도 늘어나는 탓이다. 고가에 들여온 원유가 뒤늦게 원가에 반영되는 시점에 유가가 떨어지면 '역래깅'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석유화학사업은 나프타 가격 상승만큼 제품가격을 올리지 못하면 스프레드가 줄어든다.


현금도 따로 봐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3조487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보다 1조1000억원 늘어난 23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유가 상승으로 매출채권과 재고 등 운전자본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이익을 늘려주는 현상이 다른 부분에서는 비용을 늘리기도 한다. 


2분기 말 SK이노베이션의 순차입금은 23조7000억원이다. 2030년 목표인 20조원 미만까지 3조7000억원을 더 줄여야 한다. 여기에 SKIET까지 품어야 한다. 합병 공시 당일 주가가 11% 빠진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나흘 동안 그 낙폭은 모두 메웠다. SK온에는 전기차 대신 공장을 채울 ESS 물량이 들어왔고, 정유와 윤활유에는 호르무즈발 유가가 붙었다. 합병으로 빠진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합병 밖에서 들어온 두 재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