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상해 주재원이 중국 기업 이직을 준비하며 CIS(이미지센서반도체) 공정 기술 등 핵심 영업비밀을 무단 유출한 사건에서 대법원이 실형을 최종 확정했다. 법원은 개별 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까지 위협할 수 있는 중대 범죄로 판단하고 엄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산업기술 유출방지 및 보호 관련법 위반,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위반,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를 지난달 13일 기각했다.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이 확정된 것이다.
A씨는 SK하이닉스 중국 판매법인 상해사무소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2022년 2월 중국 회사로 이적하기 위해 이력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핵심 기술 자료를 몰래 빼냈다.
유출 규모는 상당했다. A씨는 영업비밀 자료 8개, 총 186장을 직접 출력했고, 별도로 170개 자료, 총 5900장을 사진으로 촬영해 반출했다. 이 가운데는 SK하이닉스의 CIS 공정 기술 관련 자료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CIS는 렌즈를 거쳐 들어온 빛을 감지해 전기 영상 신호로 변환하는 반도체 기술로, 스마트폰 카메라는 물론 자율주행차와 의료 장비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핵심 기술이다.
지난해 10월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유출한 영업비밀이 SK하이닉스가 장기간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해 개발한 성과물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기술 정보가 해외 경쟁업체로 유출되는 것을 가볍게 처리할 경우 기업들의 손해는 물론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SK하이닉스의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관련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 기술이 산업기술보호법상 첨단기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과 칩을 미세한 피치로 직접 접합하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이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검찰도 무죄 판단 부분에 대해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주장하며 항소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중국 판매법인의 상대적으로 취약한 보안 시스템을 악용해 범행을 저지른 점을 특히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범행의 경위와 수단, 방법 등을 고려할 때 죄질이 중대해 엄격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일탈하거나 산업기술보호법상 '산업기술' 관련 법리를 잘못 해석한 위법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이번 판결로 중국 회사 이직을 위해 SK하이닉스의 CIS 공정 기술을 비롯한 영업비밀을 빼돌린 A씨에게 선고된 징역 1년6개월 형이 최종 확정됐다.